20년여 전 횡행했지만 신빙성 없는 루머 수준…호스트바 자체 줄어 요즘엔 큰 관심 못 끌어
한예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4일에는 “주변 지인분들이 반응하지 말라고 너무 걱정하셔서 일단 라방은 내렸어요. 대신 저희 예쁜 커플 사진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게요~ 저를 믿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남자친구 류성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렇게 한예슬의 시원한 대응으로 관련 루머는 금세 사그라졌고 대중들도 한예슬의 열애를 응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묻지마 악성 루머’
이런 화류계 관련 소문은 연예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성 루머 가운데 하나다. 호스티스 출신 여자 연예인, 호스트 출신 남자 연예인 관련 루머가 가장 흔했고 호스티스와 사귄 남자 연예인, 호스트와 사귄 여자 연예인 등의 루머가 그 뒤를 잇는다. 여기에 더해 룸살롱이나 호스트바에서 진상 손님으로 유명하다는 연예인 관련 루머도 있다. 심지어 루머는 한국을 벗어나 일본 도쿄의 긴자나 롯폰기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호스티스 출신 여자 연예인이 있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이런 루머가 한창 뜨거웠던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인터넷을 통한 연예인 루머 확산에 별다른 제재와 보호막이 없던 시기였다. 이후 이런 루머가 크게 줄어든 것은 화류계와 관련된 연예인이 급감했다기보다는 당시 떠돌던 루머들이 신빙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터넷에 아무 얘기나 올리고 기사 댓글에 무슨 얘기를 써도 괜찮던 시절에 생성된 ‘묻지마 악성 루머’였던 셈이다. 그나마 한 호스티스가 자살하는 사건이 불거진 뒤 남자 연예인과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루머가 재조명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게다가 당시 화제가 됐던 남자 연예인은 그 일이 불거지기 전에 관련 루머에 휘말린 적도 없었다.
온라인 소문 유포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고 악플에 대한 연예인의 법적 대응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루머는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종종 떠도는 루머가 한예슬의 경우처럼 호스트와 여자 연예인의 교제설이다. 수년 전에는 한 여자 연예인이 결혼하면서 남편이 호스트 출신이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사라졌다.
#연예인 X파일 시절 나돌던 얘기
화류계 관련 루머가 연예계에서 종종 떠돌기는 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까닭은 신뢰도에 있다. 별다른 근거 없는 루머인데다 호스트바 업계도 요즘에는 그리 호황을 누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호스트바 업계가 호황을 누려야 찾는 손님도 늘고 이 가운데 여자 연예인도 포함되며 루머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요즘에는 호스트바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여성전용이라는 간판을 단 가벼운 개념의 주점은 많이 생겼지만 정통 호스트바는 많이 줄었다”라며 “게다가 가장 주된 고객층이 룸살롱 접대여성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호스트바 업계가 치명타를 입었다”고 설명한다.
연예계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나 나돌던 루머로 ‘연예계 X파일’이 화제가 됐던 2005년에도 이미 화류계 얘기는 한물 간 루머로 여겨졌다”라며 “그냥 너무 잘생겼는데 신상 정보가 덜 알려진 여자 연예인의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대한 호기심과 질투심이 이런 루머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스트와 결혼한 사례도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여자 연예인과 호스트 출신 남성이 결혼한 사례가 있다는 얘기도 접할 수 있었다. 현직 호스트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인 만큼 신뢰도가 높은 얘기지만 엄연히 말해 여자 연예인은 아니다. 자극적으로 표현하면 ‘걸그룹 출신 여성과 현직 호스트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 스토리’지만 실제로는 짧은 기간 연예계에서 활동했던 여성으로 분류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이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은 10여 년 전 음반을 내고 데뷔한 걸그룹 출신이지만 활동 기간은 서너 달에 불과했다. 데뷔 앨범이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짧은 음반 활동을 하고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당 걸그룹은 몇 년 뒤 2기 멤버들로 다시 음반을 냈지만 역시 인기를 끌지 못한 채 해체됐다. 유명 연예기획사 연습생이던 그녀는 결국 그 회사에서 데뷔조에 선발되지 못해 소형 가요기획사로 옮겨 데뷔했지만 서너 달 만에 팀이 와해되면서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개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즈음 친구들과 찾은 호스트바에서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흔치 않은 스토리지만 이 얘기를 들려준 호스트업계 관계자는 둘이 진정으로 사랑했고 결혼과 동시에 남편은 호스트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타이틀에만 ‘연예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뿐 그냥 평범한 결혼 스토리일 뿐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