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인멸 교사 조만간 결론 낼 듯…검찰 ‘폭행·부실수사’ 조사, 직무유기·특가법 적용 검토
서울지방경찰청 청문·수사합동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은 30일 이 차관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 도로에서 술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이틀 뒤 다시 만나 합의금을 건네고 택시 블랙박스 녹화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차관 취임 이후 그의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찰이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경우 특가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은 지난 1월 말 서울경찰청에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단은 이 차관과 당시 수사팀, 이들의 보고를 받은 다른 경찰 등 사건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7000여 건을 분석하며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동안 경찰은 이 차관을 조사할 당시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만 알았으며, 구체적인 경력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서초경찰서 간부들은 지난해 11월 이 전 차관 수사 당시 그가 유력 인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초경찰서장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을 생활안전과의 보고를 받아 알게 됐으며, 수사 책임자였던 형사과장 또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혐의를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던 서초경찰서의 해명과 달리, 사건 당시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검찰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담당 경찰관이 사건 블랙박스를 보고도 덮은 경위와 보고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를 조사하며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폭행 사건 자체에 대한 재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5월 22일 이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선 경찰 수사와 달리 특가법이 적용될지가 핵심이다.
이 차관은 지난 5월 28일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차관에 임명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