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사수 ‘낙하산’ 작전?
지난 17일 한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한대수 신임 상임이사(사내이사)는 한나라당에서 제2사무부총장까지 지냈다. 그는 여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 계열로 알려져 있으며 충북 청주시장(2002~2006년)과 한나라당 충북도당 위원장을 거쳐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청주 상당지역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바 있다.
한대수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결의는 지난 12월 23일자로 공시됐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여권과 청주지역 정가에선 한 이사가 공기업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퍼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이사 같은 여권 인사의 한전행은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쌍수 한전 사장의 입지와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기도 한다.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8월 민간 경영인(LG 부회장) 출신 최초로 한전 사장직에 올랐다. ‘철밥통’ 한전 조직을 상대로 한 그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내부의 불만 목소리가 들려온 가운데 지난 연말엔 출처 불명의 김 사장 사의 소문이 나돌아 감사실에서 이를 제재하는 공문을 돌리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공기업 한전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직인 데다 김 사장 거취 논란까지 들먹여진 터라 여권 인사의 한전행이 여러 정치적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영입이 김 사장의 조직 장악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에서다.
한전의 사외이사진엔 이미 정치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제법 포진돼 있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한전 사외이사로 재직해온 정동락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감사위원(비상임)으로 재선임된 김정국 보고경제연구원 회장은 현 정권과 유대가 깊은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경제비서관과 재정경제원 차관보를 지냈다. 잇따른 정치권 인사의 한전행이 김쌍수 사장의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1월 25일 주총을 개최하는 대우건설의 새 이사 선임 내역에도 많은 시선이 쏠렸다. 공시에 따르면 조현익 산업은행 부행장과 김성태 산업은행 PE실장이 새 상임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금호산업 외 5인’에서 ‘케이디비밸류제육호 유한회사 외 2인’으로 변경됐음을 알렸다. 케이디비밸류제육호는 산업은행이 주관하는 사모펀드(PEF)다.
아울러 이번 대우건설 주총을 통해서 정부·여권과 관계가 깊은 인사들이 사외이사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의 새 사외이사로 선임될 이노근 경복대학 외래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시 노원구청장(한나라당 소속)을 지냈으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재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이노근 이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와 강남구청 금천구청 등에서 일했다. 과거 민자당 신한국당에서 경력을 쌓은 박두익 사회정의실현시민연합 대표도 대우건설 새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재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을 따라다녔던 외풍 논란이 최근 이사 선임과 맞물려 산업은행 계열이 된 대우건설로까지 옮겨 붙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