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세상이 열리면 꽃이 피어난다
▲ 물속에 잠긴 나무들이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 대청호반의 서리꽃이 핀 나무. |
겨울의 대청호반은 서리꽃이 아름답다. 이 주제라면 대청호반은 대전 신탄진 부근이 좋다. 금강이 대청호에 물을 대는 그 일대로 아침마다 마법처럼 서리꽃이 하얗게 피는 것이다.
여행은 새벽 도착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호반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경부고속국도 신탄진IC로 나간 후 대청호 방향으로 가다보면 용호교라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지나친 후 조금 가다보면 삼거리다. 이곳에서 우측 길을 탄다. 삼정마을 가는 길이다. 대청호반을 끼고 굽이굽이 나아가는 조붓한 길이 아주 매력적이 곳이다.
이 마을에 ‘호수의 그림 두 편’이라는 카페가 있다. 그 앞이 일출 포인트다. 자그마한 거룻배 한 척이 호숫가에 정박해 있다. 맹추위에도 대청호는 아직 얼지 않았다. 차가운 대기와 그보다 따뜻한 수면이 충돌하면서 자욱한 물안개를 피워낸다. 추우면 추울수록 이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영하 10도는 우습게 찍고 마는 요즘이야말로 물안개가 가장 좋을 때다.
풀풀 피어난 물안개는 호수를 거대한 구름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푸른 새벽이 물러가고 사위가 밝아온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물안개는 황금처럼 빛이 난다. 둥근 태양을 또렷이 볼 수 없더라도 그 분위기가 여느 일출명소에 비할 바 아니다.
호반드라이브를 하려면 삼정리에서 남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길은 오히려 북쪽으로 잡는다. 이유가 있다. 로하스공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5분쯤 북쪽으로 길을 달리면 로하스공원에 닿는다. 대청댐물문화관과 접한 공원이다.
로하스공원은 잘 정비된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이 길을 걷고자 한다. 대전시에서는 지난해 대청호반길 11개 코스 59㎞를 내놓았다. 각각의 코스는 약 1시간에서 3시간 길이로 큰 부담이 없다. 로하스공원 산책로는 그중 첫 번째 구간이다. ‘로하스 해피로드’라고 이름 붙은 이 코스는 공원주차장-호반가든-대청교-대청댐을 돌아 다시 대청공원으로 돌아오도록 짜여 있다. 거리는 6㎞로 1시간 30분쯤 걸린다.
그중에서도 공원에서 호반가든까지의 1.5㎞가 백미다. 나무데크를 놓아 산책로를 정비했다. 오르내림이 없는 평지로 대청호와 접한 금강줄기를 따라 가는 구간이다.
기껏해야 왕복 3㎞에 불과하지만, 이 짧은 강변로가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이곳에는 물속에 반쯤 잠긴 나무들이 무수히 많다.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 추위와 싸우는 이 나무들은 스스로는 처량한 신세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물론 안개의 힘을 빌어서다.
▲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대청호반. |
이곳은 누군가 휴목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 이름이 보편화됐다. ‘휴목원’(休木園). 뜻을 풀자면 휴목들의 정원이다. 유유히 흐르며 안개를 피워 올리는 금강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넓은 정원이고, 휴목들은 그 어느 나무나 꽃보다 멋진 정원수다.
이따금 물오리 가족들이 안개를 헤치며 물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의 접근이 성가신지 강변에서 먼 쪽으로 피해버린다. 고기를 거둬들이는 어부도 간혹 보인다. 모터가 달려 있는 거룻배지만, 어부는 노를 저어 그물을 걷는다. 아침을 소란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그의 작은 마음씀씀이가 느껴진다.
대청댐 전망대 방면 산책로도 강변로 못지않다. 이 역시 왕복 3㎞ 거리다. 야트막한 오르막길이 있다. 힘들 정도는 아니다. 전망대에는 1998년 개관한 물문화관이 있다. 입체영상관과 수족관 등을 갖추고 있다. 전망대 오르면 대청호에서 여유롭게 노니는 오리와 백로 따위를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서리꽃은 용호교 인근도 일품이다. 대청댐에서 물을 계속해서 조금씩 방류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증기가 주변의 나무와 풀들을 모두 하얗게 치장해 버렸다. 용호교를 건너면 대청팔경이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그 옆에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주변은 그야말로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새하얗다. 갈대도, 나무도, 돌도, 풀도 보이는 모든 것들에 서리꽃이 활짝 피었다.
바람이 불라치면 겨우 매달려 있던 서리꽃이 눈처럼 부서지며 흩날린다. 새가 앉는 무게에도 견디지 못하고 나무는 서리꽃을 떨궈 낸다. 평소대로라면 해가 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서리꽃이지만, 워낙 날씨가 추운 탓에 정오가 다 되도록 매달려 있다. 때문에 더욱 여유롭게 그 풍경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이 매서운 추위가 고마울 때도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신탄진IC→17번 국도→신탄진네거리→금강로하스공원→현암사→문의문화재단지
▲먹거리: 신탄진역 부근에 부추해물칼국수(042-934-5656)가 있다. 바지락과 오징어 부추를 듬뿍 넣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깔끔하다. 금강로하스공원에서 대청교를 넘으면 바로 오가리 먹거리촌이 있다. 이곳에 황토아궁이참숯갈비, 금남가든 등의 맛집이 몰려 있다.
▲잠자리: 금강로하스공원에서 10분 거리인 신탄진에 레드파크모텔(042-933-3274), 아로마모텔(042-935-2333)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대전광역시청 관광산업과 042-600-2352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신탄진IC→17번 국도→신탄진네거리→금강로하스공원→현암사→문의문화재단지
▲먹거리: 신탄진역 부근에 부추해물칼국수(042-934-5656)가 있다. 바지락과 오징어 부추를 듬뿍 넣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깔끔하다. 금강로하스공원에서 대청교를 넘으면 바로 오가리 먹거리촌이 있다. 이곳에 황토아궁이참숯갈비, 금남가든 등의 맛집이 몰려 있다.
▲잠자리: 금강로하스공원에서 10분 거리인 신탄진에 레드파크모텔(042-933-3274), 아로마모텔(042-935-2333)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대전광역시청 관광산업과 042-600-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