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진료 목적 주장은 그대로 “검찰, 필요 이상 프로포폴 투약으로 판단한 듯”
3일 하정우는 공식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8일 프로포폴 관련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됐다"며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말씀 드렸고, 그 처분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얼굴의 여드름 흉터로 인해 피부과 치료를 받아왔고, 레이저 시술과 같은 고통이 따르는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수면마취를 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검찰은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 위와 같은 시술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수면마취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아온 배우로서 더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했음에도 실제 시술을 받았기에 잘못으로 여기지 못한 안일한 판단을 반성하고 있다"며 "그간 제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과 제가 출연했거나 출연 예정인 작품의 관계자 여러분, 제가 소속된 회사 직원분들과 가족들 모두에게 다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더욱 스스로를 단속해 신중히 행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프로포폴 투약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면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자신이 받은 진료에서 프로포폴 투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오로지 의료를 목적으로 한 투약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가 혐의의 유무를 가린다. 하정우에 따르면 검찰은 그가 프로포폴 투약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투약한 것으로 보고 약식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단순히 프로포폴의 투약 목적과 횟수에만 수사를 한정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가 됐던 것은 하정우가 이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동생과 매니저의 이름을 썼다는 점이었다.
하정우는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의 대표이자 자신의 동생인 '김영훈' 씨의 이름을 사용해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정우 측은 "원장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했고 (진료 과정에서) 하정우에게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기에 별 다른 의심 없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하정우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법무법인 원의 조광희 변호사도 "하정우가 먼저 (차명진료를) 요청한 사항이 아니"라며 "하정우는 평소에 식당을 예약할 때도 본인 명의로 하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조심스러워 한다. 더구나 담당 주치의가 강력하게 차명진료를 이야기해서 더욱 더 아무 의심 없이 신뢰하면서 진료를 받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이를 달리 받아들였었다. 하정우가 이용한 성형외과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 등 재벌가 인사들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위해 찾던 'VVIP전용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진 이 병원에서 하정우가 차명으로 수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병원의 원장인 김 씨가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한 이유도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었다. 환자들의 투약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차명 기록부를 만들어 작성하고 식약처에 허위로 보고를 했다는 점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정우의 이 병원 방문도 채 전 대표의 소개로 이루어졌던 만큼 검찰은 이 차명진료가 프로포폴의 불법 투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2013년 연예계를 강타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서도 차명진료는 큰 문제로 지적됐었다. 하물며 외부에 공개되기에 그렇게 심각한 사안도 아닌 피부과 진료를 차명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하정우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하정우는 이번 공식입장에서 단순히 피부과 진료에서 필요 이상의 프로포폴 투약이 이루어졌다는 점 외엔 차명진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한편 약식기소는 정식 재판 없이 형량이 정해지는 간이 재판 절차로 검찰이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가 벌금형에 처해지는 게 적당하다고 판단할 때 법원에 약식 절차로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죄는 있으나 정식 재판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나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약식기소에 불복할 경우엔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