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반품·인앤아웃에 최저가 압박 ‘올리브형’ 불려…구창근 대표 상장 앞두고 ‘몸값 키우기만 집중’ 지적도
지난 5월 올리브영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타임와이즈)에 50억 원을 출자해 H&B(헬스앤뷰티) 혁신 성장 펀드를 조성한다고 공시했다.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로, 결성된 펀드를 토대로 CJ올리브영과 함께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투자에 나선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각각 24%,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 회사나 마찬가지다.
올리브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내년 기업공개(IPO·상장)를 앞두고 성장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올리브영 상장에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이 힘을 실어준다는 것. 다만 올리브영을 향해 꾸준히 제기되는 갑질 의혹으로 IPO 추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중소 화장품 업체 A 사는 지난 4월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부당반품·악성재고 매입, 부당한 판촉비 전가 등 갑질을 했다는 것. A 사는 지난해 올리브영으로부터 약 11억 원어치 재고 반품·인앤아웃(IN&OUT)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앤아웃은 기존 재고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뜻한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직매입거래는 원칙적으로 반품이 불가하다.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요청한 경우를 제외하고. A 사 측은 올리브영이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반품을 원해 물건을 뺐다’는 식의 편법으로 반품을 요구하며 인앤아웃을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올리브영 측은 “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올리브영은 2019년 납품업체에 재고상품과 인건비를 떠넘겼다가 과징금 10억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공정위가 당시 건강·미용분야 전문점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올리브영은 2014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매입한 상품 57만여 개, 약 41억 원어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1개 납품업체로부터 직원 559명을 파견받아 올리브영 사업장에 근무하게 하면서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았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1개 업체와 판매촉진 행사를 열면서 비용 2500만 원을 떠넘겼다.
또 다른 중소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올리브영을 ‘올리브형’이라고 부른다”며 “발주량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 ‘언제, 어느 정도 발주가 들어갈 것 같다’는 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건너 뛴 채 갑자기 2000개 정도를 발주 넣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리브영 측이 ‘왜 미리 준비 하지 않았냐’고 되물어 사측(화장품 기업)에서 ‘미리 전달해야 그만큼 물량을 준비하죠’라고 대응했더니 ‘페널티가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전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정위 제재를 받고 이에 따른 비난을 받아도 입점해 있는 업체들에 대한 올리브영 측 태도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갑질은 또 있다. ‘올리브영 대규모 할인’을 앞두고 입점 화장품 업체들에 할인 기간 2주일 전후로 업체에서 개별적인 할인을 진행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는 것. 올리브영의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올리브영에서 할인을 실시하면 앞뒤 약 2주 정도 입점업체 자체 할인을 강제로 못하게 한다"며 "실제로 우리 자체 기획전을 열었다가 올리브영에 납품하는 제품이 올리브영 기획전에서 빠진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리브영에서 6월 둘째 주에 대규모 할인을 실시하면 할인 기간 2주 전후인 약 한 달 동안 입점업체는 올리브영 측에 들어간 제품을 자사몰에서 할인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불공정하며 입점업체 측에서 불만을 제기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리브영 측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 측이 최저가로 상품을 내놓고 싶어 입점업체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올리브영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입점업체들은 불만을 제기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올리브영이 국내 H&B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 시장에서 올리브영에 대해 '올리브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국내 H&B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이다. 이 중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 84%다. 롯데쇼핑 H&B 스토어 ‘롭스’(LOHBs)와 GS리테일 H&B 스토어 ‘랄라블라’(lalavla)의 상황과 대비된다.
최근 롯데쇼핑은 1분기 2곳, 2분기 6곳, 3분기 13곳, 4분기 28곳 등 연간 49곳의 롭스 직영점 폐점을 예고했다. GS리테일은 지난 4월 랄라블라의 가맹사업을 등록한 지 3년여 만에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 철회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H&B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랄라블라 가맹사업의 가능성을 찾지 못한 탓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도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 87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리브영이 IPO를 앞둔 상황에서 몸값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리브영은 막강한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 능력 등으로 국내 H&B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며 “올리브영의 납품업체 갑질은 최근 기업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위배되는 사안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ESG 경영이 주목 받으면서 기업에 요구하는 윤리 수준이 강화됐기에 구창근 대표도 현 시대에 맞춰 H&B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올리브영이 몸값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이 CJ그룹 승계 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창근 대표를 CJ푸드빌 대표에서 약 1년 만에 올리브영 대표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짚는다.
구창근 대표는 CJ푸드빌 대표로 취임한 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4개월 만에 주력 카페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 형태로 법인화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해소했고 타 사업에 대한 재투자 여력을 키웠다. 이재현 회장이 구창근 대표의 CJ푸드빌 체질 개선 작업을 올리브영에서도 기대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재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CJ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곳으로 CJ 경영승계의 캐스팅보트(결정권)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SK증권은 올리브영의 프리IPO 결과를 감안해 그룹 지주사인 CJ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기존 12만 8000원으로 8.5%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 기업가치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은 프리IPO에서 구주(기존의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 원, 1018억 원 현금을 마련했다. 재계는 이들이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CJ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그룹 지배력 확보에 나서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창근 대표는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CJ그룹 경영승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이 납품업체 갑질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내년 IPO를 앞둔 상황에서 갑질 의혹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신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구창근 대표는 윤리경영을 지향해야 하며 CJ그룹 차원에서도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