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유서’ 등 말실수 자책골 우려…“2030 기회 막는 당 구조 문제” 내부 비판도
이른바 ‘준스톤(이준석 애칭)’을 바라보는 여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맹폭격을 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긴장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이준석 돌풍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나온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실언이 ‘자책골’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월 2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바람’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가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논란이 일자 “맥락을 무시하고 보도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언론 개혁 프레임으로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총리의 발언 맥락과 무관하게) 장유유서란 단어를 꺼낸 것 자체가 실책”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 내부가 이준석 현상을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현직 의원들의 공개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준석 돌풍에 대해 “무섭다”고 말했다. 원로 친노(친노무현)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정말 신선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준석이 되면 내년 대선은 끝난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애초 민주당 내부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이나땡(이준석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분위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전 부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히틀러의 향기가 난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준석 바람이 차기 대선을 흔들 태풍으로 격상하자, 여권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분출했다. 한 초선 의원은 “2030세대 기회를 막는 당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때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1 대 1’로 하는 것과는 달리, 여당은 중앙위원회가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여당 룰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낳았다는 얘기다.
청년 당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가 계파 눈치를 보는 사이, 혁신·쇄신 골든타임을 실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 산하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만나 역대급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이준석 효과에 힘입어 상승하는 사이, 여당은 ‘조국 프레임’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했다. 비문(비문재인)계 한 의원은 “당내 우려가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2.5%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0%로 두 당 격차는 3.5%p였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련기사 [6월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 국민의힘 20대 37% 최고 찍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