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 영전, ‘윤석열 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박범계-김오수 관계 악화 우려
6월 4일 오후 4시 30분 법무부가 내놓은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 대한 총평이다. 새롭게 검찰의 수장으로 올라간 김오수 검찰총장은 취임 후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했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뜻이 주도적으로 관철됐다는 평이다. 예상 밖이라고 할 만한 점은 친정부 성향의 박은정 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 정도였다.
논란의 주인공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3기)은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고, 빈자리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27기)이 맡게 됐다. 유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27기)도 남게 됐다. 윤석열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7기)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24기)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보직을 받았다.
#예상대로 승진, 검찰국장이 이어받은 서울중앙지검장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주초부터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그리고 4일 이뤄진 법무부의 대검 검사장급 검사 41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하고자 리더십,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친정부 성향 검사들의 중용’이라고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 5년차, 대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수사 주체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고,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게 됐다.
역시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수원지검장을 맡게 됐는데, 현재 수원지검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밖에 아내(박은정 검사)가 승진하지 못하면서 최초 부부 검사장에 실패하게 된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서울남부지검 등 굵직한 사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을 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고소, 고발전이 잇따르게 될 텐데 거의 대부분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의 동남북서 지검, 또 수원지검 정도에서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검찰로 인한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신경을 쓴 인사 같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검사장 외에도 잘 알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들은 자리를 옮겼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를 지휘해온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장에,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제주지검장에 임명됐다.
#김오수 경쟁자 및 고검장들 대거 법무연수원행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경쟁자들이었던 이들을 대거 법무연수원으로 보낸 점이다. 대검 차장검사로, 검찰총장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했던 조남관 검사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임명됐고, 총장 후보에 올랐던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임명됐다. 동기이자 대전고검장이었던 강남일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25기) 등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보직을 임명 받았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위에서 총장 후보였던 이들이나 고검장들에게 ‘나가달라’는 사인을 보냈고 이에 배성범 고검장 등은 사의를 했지만 구본선 고검장 등은 버티기 카드를 선택했고, 결국 이에 고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내는 좌천성 인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대검 차장검사로 검찰 내 평이 좋았던 조남관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장으로 보내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조남관 검사장에 대한 박범계 장관의 경고 신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전에 드러났던 입장 차, 앞으로 불거질까
문제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불편해진 관계다. 당초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 직제개편 등에 대해서는 ‘개혁’의 뜻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인사 영역에서는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만남의 과정에서 잡음이 드러났다. 김오수 총장은 3일 오후 4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안과 직제개편안 등을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독대를 했는데 이때 김 총장은 “강력하게 의견을 얘기하겠다”고 해 박 장관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실제 2시간여에 걸친 면담이 끝난 뒤 김오수 총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언론에 “나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거듭 언급했다. 박범계 장관이 “충분히 아주 충분히 자세히 들었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실제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이후에도 원래 일정엔 없던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협의를 이어갔다. 저녁 6시 30분부터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밤 9시 넘게까지 논의를 계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오수 총장은 검찰 구성원 다수가 원하는 인사를 박 장관에게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인사 과정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김오수 총장을 만난 고검장 등 검찰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오수 총장도 이에 대해 공감한 부분이 있다”며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에 대한 핵심보직 중용 배제와 좌천된 검사들의 복권 등을 박범계 장관에게 전달했는데 결국 인사에서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둘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점치는 대목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원래 검찰총장이 되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고개를 숙였던 것과 달리,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 시작이 인사를 통한 검찰 내부 장악”이라며 “김오수 총장 입장에서 이번 인사는 ‘검찰 내부 설득과 장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인사다. 신임 검사장 가운데 일부가 김오수 총장 사람이 되기는 했지만 중요 보직에 임명된 것도 아니고 검찰 내부에서는 ‘역시 그럼 그렇지, 김오수 총장이라고 별 수 있겠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을 것”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