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이상 10자리 안팎 예상…이성윤 영전·한동훈 복귀 여부 등 초미 관심
법무부는 27일 오후 2시 검찰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인사위에서는 김 후보자 취임 이후 있을 검사장 승진과 전보 발령, 또 이를 아우르는 인사 원칙과 기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결정된 인사위원회 개최 통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검찰 인사위원회 이후 검사장 인사 발령이 뒤따랐는데, 총장이 아직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사를 법무부가 밀어붙이는 것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상호 조율 하에 이뤄지던 인사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께서 임명을 하시면 소정의 절차에 따라서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총장의 의견 듣는 절차를 가질 예정”이라며 총장의 ‘검찰 인사 희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법무부 역시 ‘총장 패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검찰은 더 인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검찰총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수 역전(윤석열 전 총장 23기에서 김오수 신임 총장 후보자 20기로 3기수 올라감)이 이뤄지게 되면서 고검장과 검사장들 중 사의 표명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본선 고검장(사법연수원 23기) 등 고검장들이 23기~24기, 검사장들은 24기~28기까지 포진해 있다. 이들은 김오수 후보자와 적게는 3기수, 많게는 8기수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들이 사의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 실제 고검장들은 신임 총장이 취임한 뒤 사의를 표명하는 안을 고민했지만, 신임 총장 후보자와 기수 차이가 꽤 난다고 판단, 용퇴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일단 현재 비어 있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자리는 대구고검장과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7자리다. 여기에 더해 3~4명 정도의 사퇴를 유도할 경우 10자리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선 주요 검찰청의 차장검사인 29기에 더해 30기까지 검사장 승진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신임 검사장 및 대검찰청 간부 인사 배치에 얼마나 김오수 신임 총장 후보의 의견이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문제는 김오수 후보자와 박범계 장관의 관계다. 총장후보 추천위원회가 김오수 총장 후보를 포함, 4명의 후보를 선정했을 때만 해도 김오수 총장 후보자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었다. 하지만 김오수 낙점을 앞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확정된 게 없다”고 언론에 밝히는 등 고심 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김오수 후보자로 낙점됐지만, 이를 앞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사이의 논의가 이뤄질 당시 박범계 장관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박범계 장관이 김오수 총장 후보자의 취임 전에 검찰 인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법무부 장관이 그립을 강력하게 잡고 인사를 하겠다’, ‘김오수 신임 총장에게 많은 권한을 주지 않겠다’ 등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박범계 장관은 검찰 인사위원회뿐 아니라, 법무부가 주도하는 검찰 직제개편도 추진 중이다. 5월 21일에는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합치는 안이 포함된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청와대 민정수석이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이뤄지던 검사장 인사 자리가 이번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법무부 장관’에게 쏠린 경향이 있다”며 “신임 총장이 취임하고 진행해도 될 것 같은 인사위원회나 직제개편을 속도 내서 추진하는 등 박범계 장관의 결정들을 보면 김오수 신임 총장 후보자에게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을 나눠줄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김오수 후보자는 검찰 내부의 지지도 이끌어내야 한다. ‘친정부’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때문에 청문회에서 검찰 식구들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한 답변들도 했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맞는 방향이 아니다”는 입장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와 관련해 “취임하게 되면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는 “‘권력 수사’를 맡은 검사들의 인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법무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신임 검사장 인사는 김오수 총장이 선택한 검사들이 얼마나 반영될지뿐만 아니라,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검사장들과 윤석열 전 총장 계열 특수통 검사장들의 인사도 관심사다. 특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고검장 영전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일선 복귀 등이 ‘김오수의 목소리 반영 여부’로 점쳐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인사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김오수 신임 총장이 내부의 신뢰를 받으려면 ‘잘못됐던 인사’들부터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신뢰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검찰의 미래를 고려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처음 보여줄 수 있는 게 검찰 인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사를 앞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으로 손꼽혔던 전준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장검사는 26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전 부장검사는 2020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 사건 배당과 관련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했다가 이견을 보이며 이 지검장과 마찰을 겪은 바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은 정말 인사가 만사인 조직”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김오수 신임 총장 취임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고착화돼 지속적으로 갈등을 보일 것인지 인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