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조감도. 왼쪽 위는 신격호 회장. | ||
지난 88년 1월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사들인 잠실 롯데월드 건너편 2만6천5백여 평의 땅은 이후 나대지로 방치돼왔다. 16년이란 세월을 맨 땅으로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비업무용이라는 딱지가 붙어 막대한 세금이 추징되자 롯데는 90년대 후반부터 굴삭기 한 대를 투입해 공사를 하는 시늉만 냈다. 그렇지만 지금껏 이 땅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질 조짐이다. 최근 롯데가 이 부지에 1백12층짜리 초고층 빌딩 설립을 재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하여 ‘롯데 제2월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롯데가 추진했던 야심찬 사업이었다. 지난 88올림픽 때 호텔을 완공하고 89년 잠실 석촌 호숫가에 문을 연 롯데월드는 이후 신 회장이 롯데월드 건너편 땅을 확보한 채 끊임없이 제2 롯데월드 건설 계획을 밝혔었지만, 근처의 성남공항과 교통난 등에 대한 주민반대 때문에 건립이 지연돼 왔다.
하지만 지난 9월 10개월여 만에 국내에 들어왔던 신격호 회장의 한 달여의 국내 경영활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직후 다시 재추진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신 회장은 입버릇처럼 한국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짓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제2 롯데월드를 에펠탑 모양의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가운데 기둥이 없는 최신 공법으로 짓겠다고 공언했다.
롯데측이 공개한 조감도도 에펠탑 모양의 빌딩으로 네 귀퉁이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형태. 애초 롯데는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 이 땅에 지하 5층, 지상 36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사기간은 98년 6월부터 2004년 12월 말까지.
하지만 공사는 지금도 ‘터파기’, ‘땅고르기’ 수준이다. 공사가 장기간 방치되자 관할 송파구청에서 2000년 10월 제2롯데월드 부지에 종합토지세 78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는 99년 롯데가 낸 종토세 28억원의 3배나 되는 금액.
당시 공사중인 토지의 토지세율은 2%지만, 공사가 6개월 이상 중단된 토지의 세율은 5%. 송파구에선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 것. 이런 세금을 맞고도 롯데가 공사를 본격화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롯데는 지난 2002년 9월 제2 롯데월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규모인 1백12층, 높이 5백55m 규모의 빌딩을 짓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롯데는 관할구청인 송파구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지구단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교통난을 우려한 지역여론의 반대와 인근 서울공항을 관할하는 군 당국이 송파 일대가 ‘항공기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된다’고 밝히면서 진척이 없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군당국의 비행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이는 교통난에 따른 지역 여론의 반대와는 달리 협상가능성이 없기 때문.
하지만 롯데는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2롯데월드 부지 2만6천5백50평 중 1만1천 평이 공군의 비행안전구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비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1만평여 이라면 충분히 초고층 빌딩을 올릴 수 있는 것.
때문에 롯데는 지난 98년 36층으로 허가받은 제2롯데월드 설계 변경안 허가신청을 송파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높이 5백55m에 1백12층짜리 초고층 빌딩 건립 꿈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신 회장이 관계 당국을 설득한 포인트는 외자 유치와 관광진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빌딩을 투자비 1조5천억원을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쪽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와 외자유치 필요성을 들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 롯데쪽에선 이미 미국의 한 회사에 기본설계를 의뢰한 상태다.
일단 롯데쪽에선 첨탑을 뺀 건물 높이는 5백24m이고 3백 실 규모의 초특급 호텔과 전망대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에 부속건물로 쇼핑몰과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이미 완공된 제1롯데월드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초고층 빌딩이 될 것이라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에 대해 “건물도 세계 최고로 멋지게 세우고 싶다. 교통문제 등도 있어서 서울시에서 좀처럼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중국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기 때문에, 한국의 관광자원으로써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9년에 문을 연 롯데월드는 대지면적 3만9천 평에 한쪽 길이가 3백00m나 되는 복합건물군이다.
여기에는 백화점과 쇼핑몰, 5백 실의 호텔, 면세점과 실내수영장, 아이스링크, 민속박물관, 놀이공원이 자리잡고 있고 중심부에는 높이 64m, 면적 2만2천 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돔이 있다. 그 돔 아래에 있는 것이 실내 유원지인 롯데월드이다.
뒤편에는 롯데월드와 비슷한 크기의 석촌호수가 있고 그 안에 인공섬에 유락시설을 짓은 매직 아일랜드가 있다. 유원지의 입장 인원수는 연간 7백50만 명, 호텔과 백화점 등 복합건물군에 오는 사람을 더하면 연간 6천만 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2천2백만 명을 웃도는 수치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일본에서도 롯데월드 도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신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40명의 직원들로 이뤄진 전담팀을 두고 도쿄 롯데월드 프로젝트 구상을 진행해왔다. 사업비 규모는 3천억엔 정도. 우리돈으로 3조원이다. 5만7천4백75평의 거대한 부지에 직경 3백m의 세계 최대 돔으로 이뤄진 실내 테마파크, 호텔, 상업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2001년 갑자기 중단됐다. 당시 세계적으로 테마파크의 인기가 한풀 꺾인 데다 신 회장의 마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변했다는 것.
하지만 신 회장은 여전히 이 프로젝트팀으로부터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새로운 프로젝트안을 보고받고 있는 등 도쿄 롯데월드에 건설 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1조5천억원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립, 일본에선 3조원 규모의 롯데월드 도쿄 프로젝트. 두 사업을 필생 과업으로 내세운 신 회장의 숙원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