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이탈 방지·신규 고객 확대’ 효과 관측…외부 OTT 의존, 자체 경쟁력 악화시킨단 지적도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까지?
디즈니플러스 오는 9월 한국 진출을 목표로 인터넷TV(IPTV) 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낙점하고 계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KT와는 모바일 OTT 제공 방식을 놓고 협상 중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양사 모두 ‘정해진 것은 없으며 협상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계약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제휴 2년 만에 IPTV 가입자 수가 20%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번 제휴에 성공한다면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멤버십 약정으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이용 가능한 IPTV 서비스를 인터넷, 휴대폰 서비스 등과 묶어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고객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미디어업계와 금융권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넷플릭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마블·스타워즈 시리즈, 픽사 애니메이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막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1년 4개월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때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디즈니플러스 유치에 적극적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에 대한 인기나 인지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라며 “특히 자녀가 있는 집들은 디즈니 콘텐츠를 매우 선호한다. 코로나 사태도 끝나지 않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점유율 상승 속도가 빠를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 역시 “보통 TV는 잘 바꾸지 않고 장기간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TV 1대가 있으면 1인 가구 제외하더라도 2~4명 정도 살 테고, 가족단위로 결합상품을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 콘텐츠를 인터넷과 IPTV, 모바일 서비스까지 묶어서 팔면 유·무선사업 모두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수수료 등에 있어 디즈니플러스에 유리한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실제 수익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을 때 영업이익 배분율을 9(넷플릭스) 대 1(LG유플러스)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도 디즈니플러스에 유리한 형태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차피 가입자들로부터 매달 서비스 이용료를 받으니 손해 보는 부분은 없더라도 디즈니플러스 유치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과 홍보, 캐시서버 제공, 망 이용료, 리모컨에 IPTV 단추버튼 삽입 등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협의하는 선에서 계약할 것”이라고 봤다. 캐시서버란 기업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 두는 서비스로,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별도로 캐시서버를 운영할 경우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과부하 현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단기적 효과보다 장기적 타격 클 수도
디즈니와의 제휴가 단기적으론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웨이브·시즌과 달리 자체 LG유플러스가 OTT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단기간에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넷플릭스·디즈니와의 서비스 제휴로 임시적으로나마 상품구성 라인업을 강화시키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IPTV 시장은 이미 한계 국면에 들어섰다. 유료방송은 가입자 기반 수익모델인데 이미 인터넷과 IPTV 시장은 포화 상태다. 이런 가운데 OTT 성장으로 미디어 이용방식이 TV 시청에서 OTT 구독으로 전환하고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를 통해서 디즈니를 보면 유플러스TV를 보는 비용은 나오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망을 유지하는 최소비용을 얻는 데 그친다. 본래 IPTV 내에서 영화 등을 유료로 보는 인앱 결제가 많아야 수익성이 높아지는데 사람들이 디즈니플러스만 본다면, 장기적 차원에서 IPTV의 자체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추후 IPTV는 사라지고 OTT만 남는 시대가 올 텐데, 이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 이용료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콘텐츠 차별화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과 제휴하고 있다. 단지 해외 사업자거나 대형 사업자라서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누구든 경쟁력 있다면 손잡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자체 OTT를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최적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은 콘텐츠 제작사들과 제휴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해외 OTT 모셔오기 경쟁은 한국 미디어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OTT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력만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협상하는 것이겠지만, 넷플릭스 경우만 보더라도 LG유플러스 망을 무상으로 쓸 테고, LG에서 할인 혜택이나 유무선 묶음 판매를 통해 가입자도 몰아줄 것”이라며 “그런 식의 진출 방식이 정립되면 질적 경쟁보단 해외 OTT 모셔오기 경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