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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4일 열린 수출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SK 최태원 회장,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이명박 대통령,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삼성
현재 6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이 지난 5년간 계열사로 편입한 곳은 총 11개사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을 대표하는 제조업 회사들이 출자한 법인들이 다수를 이룬다. 2008년 9월 삼성SDI로부터 물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2009년 4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삼성LED, 지난 2008년 8월 삼성SDI가 독일 보쉬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베터리 업체 SB리모티브,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인수한 산업용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노하우와 자금을 겸비한 삼성전자 등 제조업 계열사들이 지금껏 삼성의 계열사 늘리기 선봉에 서 왔다. 지난 연말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한 이건희 회장 아들 이재용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 명분 축적을 위한 신사업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삼성 계열로 편입된 에이스디지텍의 경우 전자부품 제조업체인데 최대주주가 제일모직으로 돼 있다. 1995년 8월 편광필름 및 관련 제품의 제조 가공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4월 제일모직이 지분 23.42%를 인수하면서 삼성 계열사가 됐다.
이건희 회장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경영에 나서고 있는 제일모직은 기존의 패션 사업 외에도 화학과 전자재료 분야를 키워오면서 계열분리 관측을 낳아왔다. 제일모직은 올해 3D TV용 필름 생산 등 전자재료 사업부문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밖에도 제일모직은 지난 2007년 신발 도매업체 개미플러스유통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대를 모색해왔다.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은 이건희 회장 장녀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도 지난해 1월 외식업체 보나비를 설립,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재용 사장으로의 그룹 총수직 승계과정에서 계열분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두 ‘여걸’의 보폭 넓히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재계 서열 2위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수는 총 42개. 이 가운데 지난 5년 사이 계열사 목록에 새로 추가된 회사는 14개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해 만든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05년 10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인수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엠앤소프트와 그 해 11월 현대차가 출자해 설립한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 카네스, 같은 시기에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가 출자해 만든 자동차 제품 제조업체 파텍스와 2008년 5월 현대차에 인수된 자동차 부품 및 트레일러 제조업체 삼우 등이 있다.
부품업체들 외에도 지난 2008년 6월 현대로템이 지분 80%를 출자해 설립한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 업체 메인트란스, 같은 해 12월 현대로템이 지분 51%를 출자한 고로제철사업용 가스 제조업체 그린에어가 눈에 띈다. 이 회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주력사로 커가고 있는 물류회사 글로비스와 철강사 현대제철을 뒷받침하는 회사들이다.
자동차 물류 제철 등 주력 사업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5년 5월 광고대행업체 이노션을 설립한 데 이어 2009년 2월엔 축산업 회사인 서림개발을 인수했다. 서림개발은 현대차 계열이 되자마자 곧바로 출자해 서림환경기술이란 작물 재배업체를 설립했다.
이노션과 서림개발의 인수 주체는 현대차 계열사가 아닌 정몽구 회장 자녀들이었다. 이노션의 경우 정 회장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 회장 장녀 정성이 고문이 각각 4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 회장도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서림개발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비상장인 두 회사를 그룹 물량으로 키워준 뒤 상장시켜 최대주주인 정 회장 자녀들이 상장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낮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훗날 경영권 승계용 실탄 창고가 돼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 2007년 3월 설립한 금융 계열사 현대커머셜의 경우 현대차가 지분 50%를 갖고 있지만 정 회장 차녀 정명이 씨와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도 각각 20%, 1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SK
지난 5년 사이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늘린 곳은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이다. 이 기간 동안 늘어난 계열사 수만 31개나 된다. 현재 SK 계열사 수는 75개로 4대 그룹 중 가장 많다.
2007년 7월엔 SK에너지가 지주사 SK㈜로부터 분할돼 출범했으며 같은 해 9월 SK네트웍스는 SK네트웍스서비스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2008년 4월 SK에너지와 SK텔레콤이 공동 출자해 전자상거래 업체 SK마케팅앤컴퍼니를 만들었으며 그해 5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했다. SK에너지의 윤활유사업 물적분할로 2009년 10월 SK루브리컨츠가 설립되기도 했다.
SK의 사업 확장은 주력인 통신과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았다. 주력사인 SK텔레콤은 2005년 로앤엔터테인먼트(옛 서울음반)에 이어 2006년 IHQ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또 2006년 온라인 게임 업체 엔트리브소프트에 이어 2007년엔 인터넷 업체 SK커뮤니케이션즈와 커머스플래닛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한편 SK C&C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인디펜던스(2005년)와 누리솔루션(2007년)을 인수하며 몸을 불려왔다. SK C&C는 최 회장이 지분 44.5%를 보유한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다. 오는 6월 지주회사제 전환 마무리 작업을 앞두고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 확대를 위한 SK㈜와 SK C&C 합병설이 나돌면서 SK C&C의 몸집 불리기가 주목을 받아왔다.
SK는 부동산 사업에도 적극적이었는데 그 중심엔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있었다. MKS개런티유한회사는 지난 2007년 9월 SK D&D가 유명했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합작해서 만든 부동산 전문업체다. SK D&D는 SK건설의 자회사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의 SK㈜지만 SK건설의 개인 최대주주인 최창원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007년 11월 부동산 매매업체 리얼베스트(옛 리바이던에셋) 인수에 이어 2009년 5월 조경사업과 복합임업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SK임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최대주주로 이미 독립 여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그의 사업영역 확대는 늘 계열분리와 연결된 관측을 낳곤 한다.
2008년 해양심층수 관련 제품 제조업체 파나블루를 인수한 SK가스 또한 최근 최창원 부회장 몫이 됐다. 지난 연말 SK케미칼이 SK㈜가 보유하고 있던 SK가스 지분 전량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갖게 된 것이다. 한편 SK케미칼은 2008년 4월 헬스케어 업체 유비케어를 인수해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2009년 11월 섬유사업 지주회사 성격의 SK신텍을 설립하면서 소그룹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현재 53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은 지난 5년간 27개 계열사를 늘렸다. 5년 사이 계열사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외형상 SK 못지않은 확장 행보인 듯 보이지만 SK만큼 다양한 업종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LG가 계열사 수를 크게 늘린 데는 자회사 11개를 보유하고 있던 지투알 인수가 컸다. 지난 2008년 그룹 지주사 ㈜LG는 LG애드(현 HS애드) 등 여러 광고 회사들을 자회사로 둔 지투알 지분 33%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쥐게 됐다. 2002년 매각했던 광고대행사 LG애드(현 HS애드)를 6년 만에 다시 품에 안은 것이다. 이를 통해 지투알이 보유하고 있는 HS애드를 포함한 11개 자회사 역시 LG 계열이 되면서 광고 시장에서의 LG의 입지가 넓어지게 됐다.
지투알을 인수한 ㈜LG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상사 등과 함께 신규 법인 설립과 인수를 주도해왔다. ㈜LG가 2007년 설립한 태양광 에너지 업체 LG솔라에너지를 비롯해 2008년 8월 LG상사 계열로 편입된 광학기기 업체 픽스딕스, 2009년 4월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문이 분할돼 신규 출범한 LG하우시스, 지난 2009년 12월 LG전자 사업지원 서비스 업체로 만들어진 하이텔레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LG는 기존의 제조업 외에도 ‘마실거리’ 분야에 눈길을 돌렸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12월 코카콜라음료를 계열로 편입시킨 데 이어 2009년 12월 정수 제조·판매 업체 다이아몬드샘물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LG는 최근 자동차 판매 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상사는 지난 2008년 1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의 상용차부문 담당 기업인 이베코의 대형상용차 수입ㆍ판매 회사인 한국상용차를 인수해 자동차 판매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연말 LG상사는 한국상용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350만 주를 350억 원에 취득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