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사위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 양도” 공개발언…야당 “사전협의 없어, 협상의지 없다” 불쾌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비정상적 상황을 바로 잡겠다”며 “김태년 전 원내대표가 합의한 정무위·국토교통위·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환경노동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예산결산특별위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야당에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갈등의 중심인 법사위원장직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1년간 생떼를 쓰며 장물 운운한 법사위만큼은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타 상임위에 군림해 왔던 상왕 기능 폐지를 즉각 착수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앞세워 다른 상임위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을 계류시키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고, 국회사무처나 입법조사처에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일방적 제안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민주당이 탐욕을 부리면서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있다”며 “전통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도록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니 법사위원장을 돌려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단 한 번도 법사위원장직을 흥정의 대상이라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며 “윤 원내대표야말로 협상의 ABC조차 모르는 것 같다.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이 여야 협상의 방식인가”라고 지적했다.
공방이 오가며 이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의 회동도 10분 만에 결렬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원장을 흥정의 대상인 양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오만과 독선, 독주의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선언 밖에 되지 않는다”며 “야당 원내대표와 물밑협상과 대화 등을 가동하지 않고, 여당은 여당 생각대로 정해진 대로 일방적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7개 상임위원장을 다 야당에 넘겨주고 협치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야당은 일방적 이야기를 한 데 대해 기분이 나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법사위원장을 두 달 넘게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당내에서 박광온 의원을 후임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여당의 단독 선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해 본회의에서 단독 선출도 가능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