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위에서 이별 없는 사랑을 찾다
▲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마산 저도연륙교. 빨간색 다리가 예전 것이고 하얀색은 최근 새로 건설한 것이다. 위 사진은 저도연륙교 아래로 요트가 한 척 떠 있는 모습. 그 곁을 보트 하나가 지나며 자취를 남긴다. 다리도 아름답고, 바다도 아름답고, 배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아름답다. |
지난해 7월 1일부터 창원시의 일부가 된 마산. 이곳에는 ‘사랑의 다리’가 있다. 수많은 커플들이 사랑을 다짐하기 위해 찾아가는 다리다.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와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저도(猪島)를 잇는 연륙교가 바로 그것이다.
다리를 찾아가는 길은 바다를 품는 멋진 드라이브코스다. 구산면 군령삼거리에서부터 1002번 지방도를 따라 남쪽으로 해안을 끼고 달리는 이 멋진 길은 10㎞가량 이어진다. 마산앞바다는 쪽보다 푸르고 또 거울처럼 맑다. 굽이굽이 흐르는 해안길을 타고 최대한 속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본래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이기에 거북이 운행도 민폐가 아니다.
어슬렁거리다시피 바다에 말을 걸며 가다보면 구복리에 이르러 두 개의 다리가 나타난다. 목적했던 연륙교다. 그러나 두 다리 모두가 ‘사랑의 다리’는 아니라는 점. 저도를 마주하고 볼 때 왼쪽의 다리는 하얀색, 오른쪽의 다리는 주홍색이다. 하얀 다리는 크고, 우람하며, 튼튼하다. 주홍 다리는 작고, 볼품없으며, 허물어질 듯 낡았다. 물론 ‘사랑의 다리’는 주홍색이다.
구복리는 국토해양부가 과거 해양수산부 시절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자그마한 어선들이 한가로이 그물을 드리우는 마을이다. 갯가에는 석화가 많고, 밤에는 횃불을 밝혀 꽃게도 잡는 풍요로운 어촌이다.
‘사랑의 다리’는 구복리와 저도 사이에 1987년 8월 가설된 것이다. 길이 170m, 너비 3m의 철제다리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콰이강의 다리’는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다리다. ‘사랑의 다리’는 이 ‘콰이강의 다리’와 모양이 흡사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콰이강의 다리’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연합군 포로를 동원해 건설한 것으로 현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엄청난 인적 희생을 불러와 ‘죽음의 다리’라고도 한다는 사실. ‘사랑’과 ‘죽음’은 멀수록 좋은 게 아니었던가.
하얀색 다리는 2004년 12월 개통된 것이다. ‘사랑의 다리’가 노후화되면서 그 대안으로 생겼다. 사실 이 다리가 건설될 당시 기존 연륙교인 ‘사랑의 다리’는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보존결정이 내려졌고, 인도전용의 교량으로 전환되었다. 하얀색 다리는 2005년 대한토목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토목구조물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주홍빛 연륙교는 영화와 드라마 등의 단골 촬영장소였다. ‘사랑의 다리’라는 이름도 2001년 개봉한 영화 <인디언섬머>촬영 이후 붙은 것이다.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자와 그녀를 변호하는 남자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주인공들처럼 두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부족했을까. 연인들은 어느 날부터 자물쇠를 들고 다리로 찾아왔다.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글귀를 자물쇠에 쓰고 다리 난간에 채워놓았다. 자물쇠를 여는 단 하나의 열쇠는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 사랑을 깨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열쇠를 찾아와야만 가능하리라는 주문을 외우며 그들은 불멸의 사랑을 다짐했다.
‘사랑의 다리’ 난간에는 연인들이 마음을 담은 자물쇠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사랑의 무게는 감히 헤아리지도 못 할 정도로 무거울진데, 허름한 다리가 용케도 잘 견디고 있다.
모든 사랑이 다들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결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헤어지고 또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간혹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글귀를 마주할 때면, 이 ‘사랑의 다리’가 정말로 사랑을 이루어주는 신묘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 힘을 믿기에 연인들이 끊임없이 오늘도 이 다리로 찾아오는 것일 테고 말이다.
해안드라이브를 즐기고 ‘사랑의 다리’에서 맹세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겸사겸사 둘러볼 곳들을 몇 군데 추천하자면 근처에 구복예술촌이 있다. 다리에서 5분쯤 떨어진 해안에 자리하고 있는 이 구복예술촌은 폐교된 반동초등학교 구복분교에 1997년 개관했다. 서예가인 석강 윤환수 선생이 설립한 이 예술촌에서는 다양한 작품전시와 공연 등이 열린다.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 구복예술촌. |
미술관은 아니지만 부림시장도 의미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병참기지 역할을 했던 90년 전통의 부림시장은 마산어시장과 함께 한때 전국적 명성을 자랑했던 곳이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현재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공공미술프로젝트와 함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상인들이 떠나서 황폐화된 시장 지하 공간에 희망의 벽화들이 가득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진성IC→마산/성전암 방면 좌회전→무촌교차로에서 2번 국도 합류→임곡교차로 지나 임곡리/신기리 방면 우측 진출→1021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진동삼거리에서 1002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수정삼거리에서 우회전→구복예술촌→저도연륙교.
▲먹거리: 마산의 대표음식은 아귀찜이다. 오동동에 아귀골목이 있다. 저마다 ‘원조’와 ‘최고’를 외치는 아귀요리점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초입에 자리한 아귀할매집(055-243-5950)을 추천한다. 삼대를 이어오고 있는 전통의 집으로 양념장에 된장을 살짝 섞어 아귀의 잡내를 완전히 잡았다. 잠자리: 구복리에서 10분쯤 떨어진 내포리에 꿈의궁전모텔(055-222-7060), 버킹궁(055-222-8611), 대양모텔(055-221-5193)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통합창원시 관광과 055-225-3711
▲길잡이: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진성IC→마산/성전암 방면 좌회전→무촌교차로에서 2번 국도 합류→임곡교차로 지나 임곡리/신기리 방면 우측 진출→1021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진동삼거리에서 1002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수정삼거리에서 우회전→구복예술촌→저도연륙교.
▲먹거리: 마산의 대표음식은 아귀찜이다. 오동동에 아귀골목이 있다. 저마다 ‘원조’와 ‘최고’를 외치는 아귀요리점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초입에 자리한 아귀할매집(055-243-5950)을 추천한다. 삼대를 이어오고 있는 전통의 집으로 양념장에 된장을 살짝 섞어 아귀의 잡내를 완전히 잡았다. 잠자리: 구복리에서 10분쯤 떨어진 내포리에 꿈의궁전모텔(055-222-7060), 버킹궁(055-222-8611), 대양모텔(055-221-5193)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통합창원시 관광과 055-225-3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