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폭탄 말폭탄…‘오자와 왕국’ 휘청
▲ 지난달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일본 민주당 전 대표 오자와 이치로. 로이터/뉴시스 |
록그룹 X-Japan 멤버의 전 여친이자 ‘오자와 걸’ 중 가장 유명한 아나운서 겸 탤런트 출신 아오키 아이 중의원(46)은 지난 2009년 선거 직전에 자신의 선거구인 도쿄 기타구 구의원과 관련 단체 등에 147만 엔(약 2000만 원)을 제공한 일이 최근에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에서 해당 돈에 관련된 영수증 복사본을 입수해 공개했는데, 지출명목은 ‘노무비’로 기재돼 있었다. 아오키 의원 측에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인건비를 지급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구의회 관계자 측에서 ‘돈을 건네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목적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아오키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 지난해 10월 터져 나온 오자와 전 대표와의 염문설, 오자와 전 대표의 정책비서와의 불륜설 등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오자와 걸’인 가와카미 미쓰에 중의원(39)은 미야자키현에서 최근 화산이 분화한 것을 두고 트위터에서 말실수를 해서 구설에 올랐다. 가와카미 의원은 미야자키현에서 지난해 대대적으로 퍼졌던 구제역을 언급하며 “소와 돼지 등 대량으로 살처분하는 등 목숨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에 신이 진노한 것”이란 글을 남겼다. 이에 네티즌들은 ‘분노를 느낀다’, ‘축산 농가에 사죄해야 한다’고 질타를 했고 가와카미 의원은 트위터를 폐쇄하고 블로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가와카미 의원은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2009년 비례대표로 중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지난해 4~5월에는 중의원 회의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아 ‘의원 월급을 토해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미녀 검사 출신 ‘오자와 걸’ 야마오 시오리 의원(37)은 지난해 9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오자와 전 대표가 아닌 간 나오토 총리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자와 전 대표와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야마오 의원은 당시 주위의 예상과는 달리 “언제 기소될지 모르는 오자와 씨는 모든 것을 내보여야 하는 총리 역할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이미 ‘오자와 걸’은 분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오자와 걸’들은 중의원 회관의 개인 의원실 배치가 화제가 될 정도로 단결을 보였다. 2010년 완공된 12층 규모의 의원회관은 1, 2동이 있는데 ‘오자와 걸’ 8명의 의원실이 오자와 전 대표의 의원실과 같이 1동 6층에 자리 잡은 것. 그래서 건물 6층은 ‘오자와 걸 스트리트’라 불렸다.
이를 두고 “같은 6층에서 오자와 전 대표가 ‘오자와 걸’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젊은 여성 의원일수록 언론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같은 층에 있는 게 더 낫다”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자와 걸’ 중 한 명인 나고야시 시장 비서 출신 다나카 미에코 의원(35)은 당선 후 코스프레 AV 전문 작가 경력과 <맹수vs난장법사>란 공포 영화에 누드로 출연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 DVD 대여점에 해당 영화를 찾는 문의가 쇄도했다.
다나카 의원은 “경제 상황이 힘들어 먹고 살기 위해 여러 일에 도전한 것”이었다며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따뜻한 정치를 하겠다”고 해명하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후지TV 기자 출신 미야케 유키코 의원(45)은 오자와 전 대표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변함없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충성심 강한 ‘오자와 걸’이다. 2010년 5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민당 의원과 엎치락뒤치락하다 넘어진 후 짧은 치마를 입고 휠체어를 타 ‘야한 허벅지’란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택 아파트 4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요추 등이 부러지는 전치 1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미야케 의원 측은 “빨리 나아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이 추락 사건을 둘러싸고 혹시 ‘자살기도가 아닌가’하는 설도 흘러나왔다. 일간지 <스포니치>에 따르면 미야케 의원은 지난해 9월 이후 체중이 급격이 불었다고 한다. 항간에는 수면제 복용설 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한편 이런 크고 작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오자와 걸’이 등장하는 만화가 인터넷 <만화신문>에서 곧 연재된다. 정치가의 성장과정 등을 만화로 연재하는데, 비록 인기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상징성이 크고 인지도가 높은 ‘오자와 걸’을 다뤄 사이트 인지도를 얻겠다는 의도다. 이 연재만화는 얼짱 정치가 후쿠다 에리코 의원(31)이 첫 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렇다 할 말썽이 없었고, 의원이 되기 전 일본 후생노동성의 행정 실수로 인한 약물간염소송 원고단 대표를 맡아 모범생 이미지가 강해 그나마 지지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오자와 왕국이 붕괴되고 있는 걸까. 6일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시 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자와 전 대표가 선거 운동 당시 이례적으로 지역까지 내려가서 거리 유세를 돕는 등 온힘을 다해 밀었던 민주당 후보가 첫 출마인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해 충격을 줬다. 주요 일본 언론은 앞으로 기소된 오자와 전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당내 세력판도가 바뀌거나 일부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