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하나 갈곳은 둘 ‘꼬인다 꼬여’
▲ 1월 25일 열린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손흥민이 슛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
# 문제 많을(?) 2011년
뭔가 심상치 않다. 조짐이 좋지 않다. 단순히 대표팀과 올림픽팀의 한일 2연전이 대상이 아니다. 친선전이 아닌 메인 국제 이벤트들이 대거 마련된 탓이다.
대표팀 조광래호와 올림픽 홍명보호는 올해 일정이 유독 많이 겹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주 파주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각 연령별 대표팀 운용 방안을 고심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개괄적인 선에서 ‘성인 대표팀에 우선권을 준다’는 기본 원칙은 확인했으나 기술위원들의 의견은 각각 엇갈렸다.
첫 충돌 예상 시점은 6월이다. 대표팀 평가전이 추진 중인 가운데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6월 스페인과 친선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A매치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스페인전 외에 한 경기가 더 치러질 계획이다. 하반기인 9월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대표팀 앞에 마련돼 있고, 올림픽 최종예선 한 경기가 열린다. 11월에는 월드컵 예선전과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가 각각 두 차례 치러진다.
상대가 누가 될지도 가려지지 않았고 홈과 원정 여부 역시 나오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언급은 불필요하나 본 게임과 소집 일정까지 감안하면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
올림픽 출전 연령대인 23세를 마지노선으로 정할 경우, 89년생 이하 연령 선수가 상당수 중복된다. 공격진에는 손흥민(92년. 함부르크) 지동원(91년. 전남) 남태희(91년. 발랑시엔) 등이 있고 미드필드진에는 기성용(89년. 셀틱) 윤빛가람(90년. 경남) 구자철(89년. 볼프스부르크) 김보경(89년. 세레소 오사카) 등이 있다. 수비진에도 홍철(90년. 성남) 홍정호(89년. 제주) 윤석영(90년. 전남) 등이 있어 진통이 예고된다. 몇몇 협회 기술위원들은 “확실한 주전급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올림픽팀에 선발해 기량을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사령탑들의 속내는?
누군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조광래 감독이나 홍명보 감독이나 쉽게 물러설 처지가 아니다.
국내 축구계는 그동안 성인 대표팀에 우선권을 줬지만 사실 올림픽에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어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포츠 군 복무규정(축구에 국한)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성과를 올리거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이 군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 감독은 작년 10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위에 머문 뒤 명예회복을 다짐해온 터라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꼭 필요하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이라고 만만하지 않다.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시리아 등 가상 상대국들을 보면 올림픽에도 출전이 가능한 영건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란 의미다.
조 감독의 상황은 홍 감독과는 조금 다르지만 젊은 선수들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안컵이 끝난 뒤 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적극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과거 10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 등 거목들이 떠난 마당에 이들의 후계자를 한시라도 빨리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스타들의 후계자를 뽑고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오랜 경험에서 비춰볼 때 영건들의 필요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사실 둘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 작년 말 서정원 코치가 국가대표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꽤 큰 진통을 겪었다. 어느 정도 오해를 풀었다고 해도 한 번 쌓인 앙금이 쉬이 가실 리 없다.
역시 입장이 팽팽했다. 이는 <일요신문> 인터뷰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지난 979호 인터뷰에서 조 감독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연령대 선수들을 무조건 올림픽 예선에 데려간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이 선수들을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홍 감독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지만 무리수를 두면 선수에게 문제가 생긴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국한되기보다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올림픽호와 감정적 대립을 하고 싶지 않다. 협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반면 이에 앞서 인터뷰를 했던 홍 감독은 “구자철 지동원 윤빛가람 등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멤버들이므로 이들이 빠진 선수 구성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홍 감독의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된다. 한 축구인은 “현재 대표팀 선수들 상당수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부터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홍 감독과 함께했다. 조 감독의 말처럼 당장 뉴 페이스 발굴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성인 대표팀에만 힘을 실어줄 때 홍 감독으로서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최악의 국면을 한국 축구가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