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혐의 부인하며 ‘잘 노는 애들’→‘잘 주는 애들’ 오타 주장…“성접대는 유인석 개인적 행동”
30일 오전 경기 용인시 소재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승리의 군사재판 24차 공판은 피고인 승리에 대한 신문 절차로 진행됐다. 군 검찰의 신문에 나선 승리는 자신에게 적용된 성매매 알선, 성매매, 불법 촬영, 횡령, 상습도박 등 다수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특히 그가 일본인 사업가 등 해외 VIP를 상대로 성접대(성매매 알선)를 해 왔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었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부인했다. 또 동업자였던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이날 승리는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버닝썬 단톡방' 등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언급된 '잘 주는 애들'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오타라고 주장했다. 승리는 "나는 '잘 노는 애들로' 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 아이폰 자동 완성 기능에 따른 오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자동 완성 기능은 메시지를 작성할 때 특정 단어를 쓸 경우 그 단어를 이용해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거나 또는 사용할 법한 문구를 먼저 입력시켜 문장을 자동으로 완성시키는 기능이다. 승리의 주장대로라면 평소에 '잘'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잘 준다' '잘 주는' 등의 문장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오타가 났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앞서 2019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승리의 법률대리인 측은 "승리는 '잘 주는'이라는 표현을 평소에 쓰지 않는다. '잘 노는 애들'을 잘못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열린 재판에서는 이 문장을 두고 "성관계를 말하는 건 아니고 그냥 화끈하게 잘 노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문제의 메시지는 지난 2015년 12월 승리가 한 대만 여성 사업가의 접대를 놓고 유 전 대표 등 버닝썬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대화에서 실질적인 접대를 맡은 버닝썬 관계자 김 아무개 씨가 "(사업가) 케어 잘 하겠다"고 하자 승리는 "응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고 묻는다.
승리의 주장대로 오타라면 이 문장을 놓고 해당 단톡방에 있던 인물들 중 한 명이라도 문제를 제기했어야 맞는다. 그런데 김 씨는 승리의 말에 "(여자를) 부르고 있는데 주겠나 싶다. 니들이 아닌데 주겠냐. 일단 싼마이(저급, 싸구려) 부르는 중"이라고 답했다. 생각지도 못한 오타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꾸하고 있는 셈이다. 승리 역시 이 오타에 대해 별다른 정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단톡방 속 유 전 대표도 "내가 지금 창녀들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창녀들 두 명 오면 XX이(김 씨)가 안내하고 호텔방까지 잘 갈 수 있게 처리해. 두 명이면 되지?"라고 말한다. 사실상 성접대가 이뤄졌거나 이뤄질 예정이라는 점을 이 단톡방에 있던 인물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승리는 실제 접대 현장에 참석한 여성들이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점, 자신이 아닌 단톡방 멤버가 아는 여성이 참석한 점 등을 언급하며 성매매 여성을 부르는 과정에 자신이 관련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외국인 사업가 등에게 성접대를 한 것은 유 씨의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며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긋기도 했다.
또 자신의 집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바로 옆집에 거주하고 있다며 "가족들이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수시로 들어왔다. 집에 부모님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데 그럴 수 없다"며 "굳이 돈을 지불해 누군가와 그런 관계를 할 위치가 아니었고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준영 단톡방' '버닝썬 단톡방' 속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진 신문을 놓고서는 "그 카톡방 내용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며 "내가 참여하던 단체 카톡방도 열 개가 넘고 카톡 외 다른 SNS도 다섯 개 정도 이용했다. 1시간만 지나도 쌓이는 메시지가 500개다. 메시지가 왔다고 해서 내가 다 보고 알았다곤 할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성매매 여성이 오고간 정황에 대해서도 카톡방을 통해 공유가 된 것은 맞지만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승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카톡방이 친구들끼리만 있어서 부적절한 언행도 오고 갔다. 그게 공개될 줄은 몰랐는데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승리는 2019년 2월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지난 2020년 초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2020년 3월 입대한 승리는 같은 해 9월부터 군사법원에서 9개월 째 재판을 받고 있다. 승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매매알선, 성매매,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수폭행교사 등 9개다. 승리는 이 가운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줄곧 부인해 왔다.
그와 동일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