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 자제로 관련 보도 줄었지만…‘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
가인의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는 언론사들의 사실 확인 요청에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7월 1일 이른 아침에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을 인정했다.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이 특정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만 올라가도 바로 보도돼 경찰서에 소환될 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요즘에는 그런 분위기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언론 보도 없이 재판까지 조용히 지나간 ‘꺼진 불’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한다.
가인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올해 초다. 조용히 지나갈 뻔했던 유죄 확정 소식은 가인의 혐의와 연관된 70대 성형외과 의사가 6월 2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으면서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사실 가인은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구매해 지난해 여름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고 SBS를 통해 단독 보도됐다. 다만 실명이 아닌 아이돌 그룹 출신 연예인 A 씨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가인은 “치료 목적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결국 무혐의로 처리돼 처벌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안과는 별개로 2019년 7~8월 사이 경기도 모처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의 약식기소로 1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인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 70대 성형외과 의사의 항소심 선고 과정에서 이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포착됐다.
가인은 2017년 당시 공개 연애 중이던 주지훈의 친구로부터 대마초 흡연을 권유받았다고 폭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앞으로 3개월마다 자진해 마약 검사 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2년 뒤인 2019년 7~8월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이번에 가인의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활동 중에 있었던 크고 작은 부상들의 누적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중증도의 수면 장애를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3개월마다 자진 검사 발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예측됐던 만큼 가인 측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이 지나가길 바랐을 것이고 실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이 ‘꺼진 불’이 돼 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뒤늦게 보도돼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가 현실이 돼 버렸다.
과거 같으면 지난해 여름 경찰 소환 조사 때 이미 실명 보도가 됐을 사안이다. 아니 이보다 빨리 보도됐을 수도 있다. 경찰이 70대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가인이 수사 선상에 올랐을 즈음 이미 실명 보도가 나가고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을 때 취재진이 경찰서로 대거 운집했을 수 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피의사실 공표 등 피의자 인권 침해를 개선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진 탓이다. 만약 가인이 에토미데이트 구입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을 당시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면 이는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가인은 해당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거 기준으로는 경찰 수사나 내사 과정에서 실명 보도가 이뤄지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도 기사화됐을 사안이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도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이며, 피의사실 공표 등을 통한 인권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의 인기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물의를 빚어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일정 부분의 피의사실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기사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눈에 띈다. 이런 논란은 결국 ‘연예인이 공인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종종 연예인 관련 사건이 실명 보도 되는 것이다. 하정우의 경우 검찰 수사부터 약식기소와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 과정이 모두 실명으로 보도됐다.
연예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물의를 빚어 경찰 수사를 받거나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6월 30일 이전 상황의 가인처럼 ‘꺼진 불’이 된 사안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경찰이나 검찰이 유명 연예인 연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사실을 언론에 알렸지만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기자들이 먼저 알고 취재에 들어가더라도 취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 과정에서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곤 한다.
문제는 가인처럼 ‘꺼진 불’이 다시 타오르는 경우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억울한 상황에서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 그 내용이 보도돼 아무리 해명해도 이상한 시선을 받던 일이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라며 “다만 실제 잘못이 언론 보도 없이 조용히 지나갈 경우 언제 기사가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고 지내야 한다는 점도 힘겹기는 매한가지다. 아예 그럴 일이 없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