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 착용 모습 보여줄게요” 은근한 유혹
더욱 놀라운 것은 피해 규모다. 김 군의 사기행각에 당한 피해자들은 20대 대학생부터 30대 회사원까지 다양했으며 모두 57명에 이르렀다. 피해금액만 총 506만 원이었다. 이번 사건은 비록 사기행위에 그쳤지만 피해 규모를 추산해 볼 때 인터넷에서 얼마나 변태적 취향의 물품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실제 인터넷에서 여학생들의 속옷이 거래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를 치자 입던 속옷을 판다는 여학생들의 광고가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아예 전문적으로 속옷 판매가 이루어지는 카페 게시판도 존재했다. 판매되고 있는 물품의 종류는 대개 팬티, 브래지어, 스타킹 등의 여성 속옷이었다. 개중에는 여성들의 체액, 소변, 체모 등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황당한 광고도 눈에 띄었다. 물품은 대체로 2일간 착용한 것으로 보통 2만 원에서 5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거래 시 판매 여성의 인증샷은 필수였다. 이에 덧붙여 여성들의 체액이 묻었거나 착용기간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치솟았다.
게시판에는 여고생들의 광고도 눈에 띄었다. 기자는 한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여고생과 접촉해봤다. ‘체리’라는 가명을 쓰는 이 여성은 자신을 고3 학생이라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대담한 제안이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속옷에는 체액과 음모를 첨가할 수 있으며 착용기간은 가격에 따라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기본은 택배거래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추가금액 지불 하에 직접 만나 착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고3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능숙한 거래수완과 대담성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직거래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진다니 그 이상의 거래도 충분히 의심케 했다.
최근 국내 여학생들의 입던 속옷 판매문화는 일본의 변질된 성문화에서 건너온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여고생 속옷 자판기까지 등장하며 하나의 성적풍토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여성의 물품이나 특정 부위 및 체취에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즘과 어린 여학생들을 원하는 롤리타 콤플렉스 변태 취향의 남성이 크게 늘면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여학생들의 경우에도 싼 값의 속옷을 며칠 입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탓에 쉽게 이러한 돈벌이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그릇된 성적풍토가 만연해질 경우 성의식이 미성숙한 여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직접 몸을 팔지는 않지만 어린 나이에 성 산업에 뛰어들게 되면 말 그대로 성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시급해보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