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절차의 공모 제안에도 불구, 문체부의 일방적인 서울 건립 결정은 지역 무시 행정”
먼저 부산시(시장 박형준)는 문체부의 후보지 선정에 대해 “이는 문화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유치를 요구한 지역들에 대한 무시이자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강력히 반발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 5월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화 분권 및 균형발전을 위해 이건희 미술관 입지선정을 공모로 실시하자고 제안하고, 부울경 전체 국회의원, 부산시 여·야·정, 영남권 시도지사까지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부산예총, 지역미술계, 부산상공회의소에서도 비수도권 유치를 희망하는 많은 시민들의 열망의 의지를 계속 전달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21개소 중 38%인 8곳이 수도권에 있고 국립미술관 4곳 중 수도권에 3곳, 청주에 1곳 소재하고 있어, 이번 ‘이건희 기증관’까지 서울에 건립된다면 전체 80%의 국립미술관이 수도권에 들어서게 된다.
올해 완공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2024년 지어질 국립한국문학관 또한 인천과 서울에 건립 예정인 만큼 수도권 문화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이건희 기증관’까지 서울 용산 또는 송현동에 건립된다면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부산시의 우려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비수도권 국민도 수도권 수준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문체부의 이번 결정은 일방적인 밀실 행정과 지방과의 소통 부재를 드러낸 문제이자, 현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방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현 해운대구청 청사 부지 제공까지 거론하며 유치를 강하게 희망해온 홍순헌 해운대구청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그동안 미술관 부지를 이미 수도권으로 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를 전면 부정하던 문체부가 결국 서울을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발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기본방향에 대한 1차 발표라고 본다. 어떤 형태든 지방에서도 미술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구청장은 “문체부는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는데 구청사까지 내놓겠다고 한 우리 구와는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며 “일방적인 결정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대구청장으로서 해운대구에 유치되면 좋지만,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해운대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문화분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방에 건립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구청장은 8일 오전 11시 문화체육관광부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이건희 컬렉션 해운대 유치’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해운대 유치위원회’는 “이번 결정은 지방 소멸, 수도권 폭발에 따른 국토균형발전의 역주행”이라며 “소멸 위협을 받는 지방에 반드시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돼야 한다. 유치운동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