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결집 효율적이지만 내분 단초 될 수도…자칫 돈 사고 날 경우 후보 치명상
정치인 팬클럽은 양날의 칼이다. 집토끼 결집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지만, 지지층 간 과열 양상을 띨 경우 내부 분열의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팬클럽인 ‘문팬(문재인 지지 그룹)’과 ‘손가혁(손가락 혁명군)’은 보수진영의 공격보다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전쟁을 치렀다.
과잉 충성하는 일부 팬클럽 일탈은 한 정치인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접근한 드루킹도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서 활동했다.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현재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경계 대상 1호는 사조직으로 변질되는 정치인 팬클럽”이라고 밝혔다. 드루킹은 4년 전 대선 직후 김 지사 팬클럽인 ‘우윳빛깔 김경수’를 만들기도 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팬클럽 활동도 본격화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페이스북 그룹인 ‘이재명과 함께하는 국가 정의 실천 연합’ 회원 수는 3만 6000명(7월 8일 기준)에 달한다. 손가혁 후신 ‘재명투게더’에는 89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지사를 바짝 추격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낙연포럼’을 비롯해 ‘여니사랑’ 등 다수의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블로그 형태로 운영 중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팬클럽 ‘우정특공대’는 우정포럼·국민시대 등과 함께 ‘균형사다리 포럼’으로 진화했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양대 산맥을 구축했다. 페이스북 그룹인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 수는 2만 4000여 명이다. 안사모(안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비슷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국회 한 보좌관은 “대선 열기가 고조될수록 팬클럽 경쟁도 심화할 것”이라며 “과열 양상이 자칫 부작용을 부를까 노심초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여야 정당 관계자들이 꼽은 정치인 팬클럽 리스크 1순위는 ‘돈 사고’다. 통상적으로 정치권 팬클럽에선 가입 및 운영 명목으로 가입비와 회원비를 받는다. 대선 캠프 한 관계자는 “회원비가 월 1만∼2만 원이라고 가정해도, 억대의 운영비가 오고 간다”고 말했다. 회원 3만 명이 월 2만 원씩 낼 경우 한 달 운영비만 6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팬클럽 회원들이 이권 다툼에 휘말릴 땐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전 안내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빌딩에 예방 단속팀을 처음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MB연대’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활동이 본격화했을 때다.
정치인 팬클럽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당내에서도 이른바 '좌표'를 찍는 일이 다반사다. 정당 정치의 기반이 약한 한국 정치 지형과 SNS 활성화, 사회 양극화에 따른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등이 맞물리면서 정치인 팬덤 현상은 여의도 곳곳을 파고들었다. 여야 관계자들은 “소위 빠 문화로 변질되는 팬덤 현상은 대선 과정에서 때때로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