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정적 태도로 바뀐 김종인에 회동 제안설…국민의힘 경선 치르려면 지원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 직후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자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면서 호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이제 준비를 잘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렸다. 파리가 많이 모일 텐데 어떻게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했다.
정가에선 4월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당을 나온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총장의 ‘킹메이커’가 될 것으로 점쳤다. 윤 전 총장이 구상하고 있던 ‘새로운 정치세력’에 김 전 위원장이 참여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이 물밑에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말도 뒤를 이었다.
6월부터 김 전 위원장 ‘워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생각도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애초부터 윤 전 총장에 대해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다”, “입당을 하든 말든 별로 관심 없고 본인이 선택하면 되는 문제” 등 윤 전 총장을 향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6월 29일 이준석 대표와의 회동 후 윤석열 전 총장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기사를) 찾아보지도 않았다”며 “내일 아침에나 보면 무슨 얘기 했는지 알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이 윤 전 총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을 두고서도 “호기심에 간 것 아니겠나. 특별한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행보에 실망을 한 건 맞다. 새로운 정치를 하기엔 윤 전 총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게 김 전 위원장 생각”이라면서 “윤 전 총장이 열일 제쳐두고 김 전 위원장을 삼고초려 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그러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이 마음을 접게 된 주요한 이유”라고 귀띔했다.
윤 전 총장 측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을 돕는 한 교수는 “김 전 위원장 마음을 잡는 데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던 것은 맞다. 캠프에선 김종인식 정치가 윤 전 총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엔 국민의힘 입당보단 신당에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전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손을 잡는 것에 부담감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 기류가 바뀌었다. 상승하던 지지율이 꺾이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최재형 김동연 등 ‘대안론’이 거론되면서다. 여기에 여의도를 강타한 ‘X파일’ 논란은 기름을 부었다. 윤 전 총장은 신당 대신 국민의힘 입당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를 위해선 김 전 위원장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출마 선언(6월 29일)을 전후로 김 전 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내부에선 “경선에서 이기려면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공식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다만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 입당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당에 입당하는 순간부터 전쟁이다. 지지율이 가장 높긴 하지만 당에 아무런 조직이 없는 윤 전 총장으로선 김 전 위원장을 등에 업어야 한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 중에선 김 전 위원장 우호 세력이 꽤 있는데, 이들을 확보하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김 전 위원장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