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협찬’ 도배 그게 최선입니까
▲ 지난달 16일 아이돌 스타들이 SBS <아이돌의 제왕> 촬영을 위해 인천공항에 모여 다채로운 공항패션을 선보였다. 뉴시스 |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스타로 불리는 여배우 A. 대표적인 패셔니스타인 그는 공식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로 화제를 양산하곤 한다. 공항패션에서도 그는 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자신을 항공사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비행기에서 본 A의 목격담을 올려 화제가 됐다. 동남아 노선에 탑승했다는 이 네티즌은 우연히 동료 승무원을 통해 퍼스트클래스에 A가 탑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커튼 너머로 A의 모습을 슬며시 지켜봤다고 한다. 듣던 대로 자체 발광하는 피부는 물론, 내추럴한 스타일까지 역시나 포스가 남달랐다고. 하지만 웬일인지 소문과는 다르게 그녀의 패션은 평범 그 자체였다고 한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더라는 것.
이 네티즌은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A의 공항패션 사진을 접하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닝복에 맨얼굴이던 A는 온데간데없고 눈부신 메이크업에 화려한 명품 의상을 입은 A의 모습이 공항패션으로 소개된 것. 이 네티즌은 어찌된 일인가 싶어 퍼스트클래스를 담당했던 동료 승무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그제야 이 네티즌은 숨겨진 A의 공항패션 비밀을 알게 됐다. 비행 내내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휴식을 취하다 도착 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부리나케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꽃단장에 돌입했다고 한다. A는 연신 화장실을 드나들며 옷을 갈아입었고, 커다란 메이크업박스를 옆에 두고 메이크업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해서 완성된 것이 바로 언론에 소개된 공항패션이었다. 이 네티즌은 오히려 트레이닝복 차림이던 A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눈부셨다며 공항패션을 위해 비행기에서 꽃단장을 해야 하는 톱스타의 뒷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공항패션이 연일 이슈가 되다보니 스타들 또한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이승기는 공항에서 안경을 쓴 모범생 포스 가득한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는 당시 공항패션이 설정이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팬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공공장소의 특성상 그는 며칠 전부터 ‘뭘 입을까?’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수년간의 해외활동으로 공항패션에도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 그는 이승기의 패션설정을 뛰어넘어 자세와 포즈까지 연구하는 등 남다른 공항패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말한 제일의 법칙은 다름 아닌 선글라스. 오전부터 공항에 나올 경우 자칫 부은 눈이 패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선글라스 착용이 필수라는 것. 메이크업 또한 피부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해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해야 하고, 의상은 최대한 내추럴한 옷을 선택한다고 밝힌다. 또한 언제 어떤 포즈로 사진이 찍힐지 모르기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포즈를 수시로 연구한다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지도 않은 전화를 갑자기 받는 척한다든가, 나름의 포토타임을 주기 위해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춰서는 것 등이다. 그는 이외에 세심한 것들도 신경 쓰는 편인데 여권을 들고 있을 때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고. 그냥 여권만 달랑 들고 있을 경우 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폼 나는 여권 지갑이 필수며 손에 옷가지 등을 함께 들고 있으면 더욱 좋다고 한다. 이특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일명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팬들의 고성능 카메라가 때론 부담스럽지만 팬과 취재진들의 눈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며 공항패션에 신경을 쓰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공항패션이 화제가 됨으로 인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하다. 일부 소속사에선 소속 연기자의 ‘공항패션’이라며 한껏 연출된 사진을 팬이 찍은 것처럼 조작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이슈를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인 셈. 하지만 공항패션을 많이 접해 눈높이(?)가 높아진 네티즌들은 이를 곧잘 구분해내곤 한다. 사진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화질이 선명하면 고의 유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나나는 데뷔 초 ‘하의실종’ 섹시 공항패션이 화제가 돼 남성팬이 급증했지만, 네티즌들이 소속사의 고의 유포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지나친 협찬 제의도 공항패션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화보촬영차 출국 길에 오른 배우 지진희는 세련된 패션으로 새로운 공항패셔니스타에 이름을 올렸지만 유독 특정 명품 브랜드의 소품들을 착용해 협찬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가방을 비롯해 태블릿PC 케이스, 그리고 가죽시계까지 색깔을 통일해 소위 ‘깔맞춤’을 했는데 이 소품들이 모두 한 명품 브랜드 제품이었던 터라 네티즌들 사이에 협찬 논란이 제기됐던 것.
또한 군 입대를 앞두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현빈 역시 얼마 전 베를린 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공항에서 선보인 공항패션으로 화제가 됐지만 곧이어 협찬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현빈은 가죽재킷과 청바지, 티셔츠는 물론 스카프와 선글라스, 백팩, 구두까지 모두 고가의 명품을 착용했다.
가격을 합산하면 1000만 원을 호가한다는 평이다. 한 네티즌은 “모두 개인의 소장품일 리는 없고 협찬을 받은 듯한데, 넘쳐나는 협찬 탓에 너무 패션이 과해졌다”는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스타들의 평소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공항패션이 이젠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가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명품 업체들이 각종 시상식만큼이나 스타들의 공항패션 협찬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