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30일, 양평군 강하면 ‘카포레’...‘글씨야, 청산 가자’ 부제로 종이, 천 등 활용한 작품 100여 점 전시
'글씨야, 청산 가자'라는 부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300여 평의 공간에 종이와 천 등 다양한 소재에 쓴 작품 10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닥공간엔 자갈길과 물길을 만들고 천정에는 대형 천과 작은 모빌 작품으로 장식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옷 칠 된 단단한 종이 위에 새긴 '아버지'라는 큰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밑에는 "아시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라고 작게 새겨져 있다. 천년을 간다는 감지(紺紙)의 느낌을 살려서 만든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의자는 기억 속 아버지의 존재를 소환한다. "낮게 해지는 저녁/작은 의자에 휘어진 못처럼 앉아있던 아버지/얼마나 많은 신음을 석양으로 넘기셨나요"라고 쓴 시에 관객들은 발길을 멈춘다.
한쪽 벽에는 '하피, 노을빛 치마에 그리움을 담다'라는 붉은 천에 바느질로 새긴 하얀 글씨를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시절,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霞帔. 하피) 위에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적은 애틋함'이 절절히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운 아버지의 강을 건너면 조금은 산뜻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강 같은 평화'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그대여 아무 걱정 말아요' '포옹 합니다' 같이 대형 천 위에 파란 글씨로 바느질한 작품은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작은 위로다.
# 전시장 바닥에 자갈과 모래로 물길…남궁옥분, 파이프오르간 공연 볼거리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글씨와 공간, 음악을 활용한 설치작품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며 바닥과 벽, 천장, 모퉁이, 그리고 물이 흐르는 자갈길 위에 전시된 손글씨 작품을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다. 여기에 한달 내내 작가가 전시장을 오롯이 지키면서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할 방침이다.
각종 공연도 관람 포인트다. 8월 2일(월) 오프닝 공연에는 가수 남궁옥분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사한다. 이어 7일(토) 가수 한승기와 낭만 멜로디언 리키, 14일(토) 색서포니스트 석성노, 21일(토) 개그우먼 조혜련 무대도 준비했다. 8월 28(토)일 클로징 공연에는 파이프오르간 제작 홍성훈 장인의 해설 및 진행으로 오르겔 연주자 양하영 교수, 오카리나 마에스트로 김욱 교수가 해금 연주자와 협연을 펼친다.
손 작가는 2002년 월드컵 때 '오! 필승코리아' 서체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전시회를 열지 않았다. 20여 년 동안 양평군 용문면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과 재능기부에만 힘써왔다. 지금도 하루 3~4시간 자면서 '종이 위에 바느질 하듯' 글씨를 새기고 있다.
손영희 작가는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사랑이 담긴 글귀를 통해 위안을 주고 싶다"며 "2002년 '오! 필승코리아'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도안과를 졸업한 손영희 작가는 2002년 한일월드컵 '오필승 코리아' 서체인 산돌 단아체와 산돌02체 폰트를 개발했다. 글씨와 삶의 생각전(인사동 2017), 글씨야 청산 가자(대구 2021) 전시전을 개최한 손 작가는 현재 양평군 용문면에서 산새공방 및 '손영희 글씨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손영희캘리그라피'를 검색하면 전시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