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환경 특화된 순수문학…새대 앞서간 문학 거장 작품 소개
수록 작품들의 분량은 짧게는 한 페이지에서 길어도 채 10페이지가 넘지 않지만, 문학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함축적 의미와 심상적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썼다. 출퇴근길과 같은 일상적인 순간에도 유명한 문학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도서의 큰 특징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스마트 소설’ 열풍은 최근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매년 주최하는 신작 공모 ‘황순원 스마트 소설’로 재조명되며 장르에 대한 인기가 급부상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폰으로도 읽기 쉬운 짧은 분량과 간결한 문체가 특징인 단편 소설들을 통칭하는 ‘스마트 소설’은 순수문학이라는 무거운 장르 안에서도 모바일 환경에 특화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책은 세계적 대문호인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버지니아 울프’, ‘로드 던세이니’, ‘에이빈드 욘손’, ‘오스카 와일드’, ‘조지프 러디아드 키플링’, ‘사키’, ‘셔우드 앤더슨’,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 27편을 소개한다. 작가마다 각자의 문학적 지향점과 작품세계를 구축해왔기에 공통적인 특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짧은 호흡의 미니픽션을 자신의 작품세계의 주요한 가치로 반영해왔다. ‘명작 스마트 소설’은 기존 작품집에서 다뤄진 유명 작품들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는 데 집중해 독자들에게 마치 신작을 만나는 듯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명작 스마트 소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배려로 작품의 평설을 작품마다 첨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단편소설의 경우에는 명쾌하게 인과관계를 풀이하거나 논리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독자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 오히려 문학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나 외국 문학의 경우에는 번역의 한계로 인해 더욱 난해함을 겪을 수도 있다. 이에 도서는 평설을 수록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작품을 해석하기 위한 다양한 힌트를 제공한다.
스마트 소설 장르는 침체된 국내 문학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책을 번역하고 집필한 주수자 작가의 저서 ‘빗소리 몽환도’는 지난해 영미문학의 본토인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현재는 몽골에서도 출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학이 가진 깊은 문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한계 탓에 번번이 노벨문학상의 만년 후보로 배석 되어 왔다. 문학계는 작품들이 세계로 발돋움할 기회를 스마트 소설로 판단하는 눈치다. ‘명작 스마트 소설’은 반대로 외국어로 된 문학을 국내 작품으로 새로 구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책을 번역하고 출간한 주수자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대 졸업 후 전 세계를 떠돌며 언어의 가치와 문화적 사상의 견문을 넓혀왔다. ‘제11회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1회 박인성 문학상’에 선정되며 스마트 소설 장르의 대표적인 선두주자 격 인물이다. 작가는 다양하게 변모하는 스마트 소설의 특성을 살려 작품을 ‘연극’, ‘웹툰’ 등으로 OSMU(원소스 멀티유즈)하는 등 기존의 고리타분한 문학적 한계를 탈피해 이목을 끌어왔다. 이러한 행보에 지난달 진행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단기간 후원목표 100%를 달성하며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책을 출간한 도서출판 문학나무 관계자는 “몇몇 유명 작품에만 익숙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문호의 스마트 소설 장르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며 “분량이 길이와는 무관한 문학적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