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 언덕’ 겹치자 견제구 쓩쓩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왼쪽)과 김문수 경기지사.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최근 잇따라 서로를 향한 ‘공격’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제공격은 유시민 원장이 먼저였다. 유 원장은 지난 5일 국민참여당 경기도당 당원대회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장에서 김문수 지사의 대권출마설에 대해 “경기도에 여러 현안이 많은데, 설마 출마하겠느냐”며 “경기도민이 도지사로 선택한 만큼 열심히 지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못 박았다. 한동안 정치현안에 대해선 직접적 발언을 하지 않던 유 원장이었기에 이날 발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민참여당은 오는 1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당대표 취임 이후 본격 대선행보를 하게 될 유 원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경쟁주자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전략적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문수 지사도 가만있진 않았다. 김 지사는 유 원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 8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나는 (6·2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되고, 유 전 장관은 안 됐는데, 아직까지 선거할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후보로 맞붙었다가 자신이 승리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유 원장의 발언에 대응한 것. 김 지사 측 한 관계자는 “유시민 원장이 김 지사를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후보에게 출마를 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라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원장과 김 지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막판까지 팽팽한 선거전을 벌인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 김 지사가 ‘1승’을 거둔 바 있으나, ‘대선주자’ 경쟁구도에서는 유 원장이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향후 대선전에서 특히 두 주자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이 여야로 갈려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도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지방선거를 계기로 유시민 원장에 대한 경기 지역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상승했다. 최근 유 원장의 지지기반인 호남과 부산·경남(PK)에 비해서도 수도권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경기지사를 두 번 역임한 김 지사 역시 수도권을 최대 지지기반으로 가지고 있다. 두 주자가 서로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두 주자가 어떻게 지지율을 나눠가지고 있는지 미루어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월 28일~3월 4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15.1%로 차기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차지한 유시민 원장의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서울(16.2%), 인천·경기(20.4%)의 지지율이 광주·전남(15.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친노 세력의 지지기반으로 여겨지는 부산·울산·경남(12.1%)에 비해서도 서울과 수도권 지지율이 높아 유 원장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수도권 지지기반을 상당부분 확장했음을 알 수 있다.
김문수 지사 역시 인천·경기 지역(14.0%) 지지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서울(8.0%)이 두 번째로 높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5% 미만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북지역에서 7.7%를 기록해 유시민 원장(6.0%)보다도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김 지사의 경우 유 원장에 비해 경기지역에 대한 지지 의존도가 높다. 김 지사로서도 유 원장의 존재가 대권가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두 주자의 지지율 양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실장은 “유시민 원장의 경우 주요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경우 자신의 평균 지지율인 10% 중반의 수치보다 높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버금갈 정도의 지지(20%대)를 얻고 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5% 안팎의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율 확장에 문제가 있는 분포”라고 말했다. 김 지사에 대해서는 “전 연령대의 특정 세대에서 비토층이 없다는 점이 강점이나 한나라당의 지역기반인 영남권에서 지지율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사 후보로선 유 원장을 이긴 바 있으나, 대선후보로선 아직 유 원장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참여당 측은 19일 전당대회를 통해 유 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어느 정도의 컨벤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참여당 측 관계자는 “현재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지만, 유 원장뿐 아니라 다른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해 경쟁구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유 원장을 의식하면서도 섣부른 대권행보에 대해 경기도민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근 ‘쪼개기 후원금’ 의혹이 불거진 것도 김 지사의 발길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아직 대선이 2년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우선 경기도정에 충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은 서로를 향한 ‘발톱’을 감추고 있는 이들의 경쟁이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