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유량 6위’ 정저우시 피해에 보험 신고 폭주…전기차 피해 보상 미흡·침수차 중고 시장 유입 해결 숙제
CCTV 방송, 허난성 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7월 20일까지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정저우에선 지하철 안에 갇힌 승객 12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재민은 300만 명을 넘었고, 경제 손실만 최소 12억 위안(2128억 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물에 잠긴 도로는 사실상 폐쇄됐고, 공공기관과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한 주민은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해왔다.
“거리가 하천으로 변했다. 나뿐 아니라 주위 어른도 이런 폭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해가 지면 불빛은 사라졌다.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고, 버려진 자동차가 널려있을 뿐이다. 곳곳에 충돌하거나 고가에서 떨어진 자동차들이 쌓여있다. 구급차들이 간혹 다니긴 하는데, 이마저도 물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고, 직장인들은 회사에 갈 수 없다.”
이번 폭우로 자동차 보험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시는 중국에서 자동차 보유량 6위에 올라 있는 도시다. 당국 통계에 따르면 정저우시에 등록된 차량은 490만 대다. 도시 규모에 비해 자동차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동차 분야에 폭우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폭우는 자동차와 관련된 산업, 또 기업과 가계의 중요 재산인 자동차에 피해를 줬다. 자동차가 떠내려가 아예 잃어버린 사례도 부지기수다.
정저우시에 거주하는 한 블로거가 올린 영상엔 둥둥 떠다니는 자동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정저우의 대부분 자동차가 피해를 입었다. 지금도 차들이 물 위에 떠 있거나 홍수에 떠밀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운전을 하다 갑작스런 폭우로 절망하며 차 밖으로 헤엄쳐 나온 이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폭우 후 9개 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 보험 신고는 2만 5000건가량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폭우로 인한 피해발생에 따른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2012년 베이징 폭우 때 보험신고가 3만 6000건이었다. 당시 피해액은 3억 3000위안(532억 원)이었다”면서 “그때 이후 폭우 피해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번 보험회사의 대응은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저우 폭우 피해는 베이징 때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각 보험회사는 긴급 대책을 세우고 배상 청구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핑안보험 통계에 따르면 7월 21일 오전에만 1만 30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핑안보험 관계자는 “긴급 침수차량, 파손 차량의 경우 재해지역 거주 고객에게 우선권을 줄 예정이다. 피해가 심각하고 자금난이 심한 고객의 경우 자발적으로 보상금을 선지급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배상 청구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피해 고객들은 관련 홈페이지에서 신고만 하면 된다. 관련 자료는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재해기간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최대한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사고접수에 필요한 과정들을 대폭 간소화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했다. 우선 전기차 피해다. 폭우로 전기차가 물에 잠기면 대부분 폐차를 해야 한다고 한다. 자동차 배터리 교체 비용이 워낙 고가여서 차라리 새로운 차로 교환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통상 차 가격의 3분의 1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 침수로 인해 운전하지 못하면 전액 배상금을 지불 받는다. 하지만 폐차까지 해야 하는 전기차의 경우 그 비용을 전액 받지 못한다.
전기차 소유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폭우로 전기차가 물에 빠진 한 남성은 “전기차는 보험료를 계산할 때 더 높게 책정된다. 기본적으로 차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데, 이 액수까지 다 포함해서 보험료가 나온다. 그런데 사고가 난 뒤 피해액을 산정할 땐 보조금을 뺀 차 가격으로 돈을 준다.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보험금은 많이 내는데 보상금은 적게 받는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특성에 맞는 보험 상품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행보험이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소유주가 내는 보험료는 일반 자동차보다 21%가량 높았다. 하지만 배상 액수는 일반 자동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폭우 등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른바 ‘침수차’도 골칫거리다. 통상 폭우 후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으로 쏟아진다. 보통 침수차는 헐값에 거래되거나 폐차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업자들 중 일부는 이 차를 수리해 마치 침수가 없었던 것처럼 속여서 팔기도 한다. 때론 해외로 수출까지 한다. 허난성은 과거 폭우가 내린 후 수년간 중고차로 골머리를 앓았다. 침수차를 살 경우 고장이 잦을 뿐 아니라 때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침수차를 팔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내면 된다. 걸리더라도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험 기록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차를 살 때 침수 흔적을 알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한다. 아무리 견고하게 작업을 해도 침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