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단지에 설치 두고 저층-고층 이해 엇갈려…칭다오 ‘엘리베이터 소송 1호’ “막을 명분 없다” 판결
2019년 7월 국무원은 ‘도시의 노후 단지 개조를 위한 전면 추진 안내’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노후된 주택 단지를 리모델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핵심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노후 단지에 많이 거주하는 노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리모델링 과정에서 고층 가구와 저층 가구 간 이해가 엇갈렸다. 엘리베이터 필요성이 거의 없는 1, 2층에서 사는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불편함을 원하지 않았다. 또 공사에 따른 소음, 먼지 문제 등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가 없는 1층 가구는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며 반대에 나섰다.
칭다오의 한 주택 단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1층의 두 가구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반대하며 공사를 방해했다. 2004년에 6층으로 지어진 이곳은 대부분 주민들이 노인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앞서 국무원 발표가 나온 후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를 적극 논의했다.
투표 결과에선 12가구 모두 엘리베이터 설치에 찬성했다. 대리인을 임명해 엘리베이터 설치 업무 전반을 위탁했다. 2020년 4월 칭다오시 건설국은 엘리베이터 설치를 승인했다. 그리고 2020년 5월 엘리베이터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1층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주민들과 시공업자 측은 이들을 고소했다.
칭다오의 한 노후 주택단지에서 벌어진 엘리베이터 소송은 법조계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각지에서 불거지고 있던 ‘엘리베이터 설치’ 갈등이 법적인 문제로 비화한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심 판결은 고층 가구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층 가구에 대해선 공사 방해를 즉각 멈추라고 명령했다. 주심 법관이었던 쑨이 판사는 “물권법에 따르면 건물과 그 부속시설의 재건은 전체 인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주민들이 투표도 동의한 사안이다. 또 당국의 서류 심사도 통과했다”면서 “엘리베이터 설치 과정은 모든 법률 규정에 부합한다”고 했다.
1층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얼마 전 2심 결과가 나왔다.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2심의 주심 법관 황샤오화 판사는 “1층 2가구가 정당하게 추진되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막을 그 어떤 명분도 없다”면서 “엘리베이터 설치는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저층 가구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도 않는데, 공사 등에 따른 피해를 무조건 감수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트린다. 쓰촨에서 비슷한 일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한 단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2층 주민은 “우리도 6층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를 달자고 해서 동의를 하긴 했다.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엘리베이터 공사로 먼지도 많이 나고, 채광도 안 좋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 손님이 아무도 없다”면서 “현재 시공업자 측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쉬둥이 변호사는 “엘리베이터 갈등의 근본 원인은 각 층마다 이익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라면서 “엘리베이터 분쟁은 일단 주민들 간 이해가 필요하다. 가급적 협상을 통해 1, 2층 가구들에게 적절한 보조금을 줘야 한다. 또 층수에 따라 분담금을 달리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