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 ||
동아그룹 회장인 강신호 회장의 아들로, 유력한 2세 승계자이던 강문석 대표이사 사장이 돌연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명예직에 가까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재계에선 강 부회장에 대한 동아제약그룹의 후계승계 작업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알려졌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하반기 이후 벌어졌던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부회장 부자의 동아제약 지분 매입 경쟁까지 곁들여지면서 동아제약의 2세 승계 체제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나이 77세인 강신호 회장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등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셋째 아들인 강문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려 대표이사를 맡기는 등 2세 승계구도에 들어간 듯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면서 후계 구도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것. 이는 지난 하반기 내내 주식시장에 떠돌던 ‘부자간 지분 매입경쟁설’과 겹쳐지면서 증권가의 화제가 됐다.
물론 동아제약쪽에선 강 회장 부자의 지분 매입이 “지나치게 낮은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나온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경영권을 놓고 부자간에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더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차피 자녀 중 누군가에게 상속을 해야 할 노령의 강 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지분 매입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강 부회장은 지난 2002년 말 대표이사에 취임하기 직전 1%대였던 지분이 2003년 10월 2.57%로 늘어났고, 지난 7월에는 2.83%까지 높아졌다.
애초 3.85%대였던 강 회장의 지분도 지난 7월부터 크게 늘어났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6만5천여 주를 사들이며 4.54%로 끌어 올린데 이어 최근까지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현재는 5.03%다.
동아제약 주변에선 강 회장이 회사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강 회장에게 우호적인 20%대에 달하는 우호지분까지 더할 경우 ‘부자지간에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인다’고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강 회장 부자는 왜 비슷한 시기에 주식 매입을 늘였던 것일까.
이에 대해 동아제약 안팎에선 강 회장이 강 부회장의 경영실적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 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8월 초 이후 강 부회장이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회장도 그때부터 전경련 관련 일이 끝난 저녁 6시 이후나 새벽 시간에 동아제약으로 출근해 임원진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경영을 챙기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로는 밤 9시가 넘어서 심야회의를 벌이기도 했다는 것.
그때부터 강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강 부회장의 경영에 대해서 강 회장이 왜 못 미더워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가 경영일선에 나선 2003년과 2004년의 실적의 ‘크기’가 예년에 비해 작아진 것은 사실이다.
2002년 5천5백억원 매출에, 8백81억원의 영업이익, 4백19억원에 달하던 순이익이 2003년 4천9백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3백70억원, 당기순이익이 2백38억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것. 2004년은 2003년보다 좀 나아진 3백억~4백억원대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1~2002년의 영업수치를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2001~2002년 때에는 의약분업 등 예외적인 변수에 의해 찾아온 호황에다, 그때보다 불경기가 심해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강 부회장이 경영을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강 부회장과 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 회장 눈에 성이 차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동아제약의 주력인 박카스의 경쟁품목이라고 할 수 있는 광동제약의 비타500 등이 일반 소매점에서까지 대히트를 치고 있는 동안 박카스는 약국전용품목으로 묶여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어야만 했던 것. 동아에선 과거 일반소매점용으로 코카스를 냈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박카스의 성분을 변형해 일반 소매점에서도 내려고 했지만 관계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발이 묶여있는 딜레마에 처한 것.
게다가 강 부회장은 미국 MBA 출신으로 크기보다는 내실, 즉 영업이익률이나 순익률에 더 비중을 두는 경영을 펼쳤다.
이 점 역시 강 회장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은 듯하다.
매출액이나 순익에 비교해 그보다 작은 한미약품이나 대웅제약보다 동아제약의 시가총액이 더 작은 현상이 벌어지는 등 강문석 부회장 체제에서 기업의 실적이나 외형을 일반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서 이것이 대표이사 경질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났다는 게 동아제약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강 회장은 왜 본인 명의의 지분을 늘였던 것일까.
일각에선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지내면서 지분은 2세들에게 물려주더라도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는 한편 2세 승계 구도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강 부회장의 부회장 승진 인사에서 강 회장의 막내 아들인 강정석 전무(41)의 약진이다.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 회장은 7명의 자녀를 뒀고 순서로만 따지면 강 부회장이 넷째고 강 전무가 막내다.
강 전무는 이전까지는 의료기기 사업부인 메디컬사업본부장을 지내다가 이번 인사에서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영전됐다.
메디컬사업본부장 시절 강 전무의 실적이 좋기도 하거니와 사내에서 강 전무에 대한 평가도 좋다고 전해진다.
강 전무는 형제들 중 바로 위인 강우석 선연 사장(42)과 우애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연은 동아제약이 지분 출자한 독립광고대행사로 지난 2003년 강문석 사장이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동아에서 선연에 지분출자를 하며 동아의 광고물량을 가져갔고 동아제약 전무이던 강우석 사장도 선연으로 옮겨갔다.
강 회장의 큰아들인 강의석씨는 0.7% 정도의 동아제약 지분만 갖고 있을 뿐 동아의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또다른 자녀인 영록씨나 인경씨, 윤경씨 등도 이렇다할 지분도 없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전혀 없다.
오직 문석씨와 우석씨, 정석씨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을 뿐이고 문석씨 지분이 높았을 뿐이었던 것.
주목할 만한 것은 2002년 이전에는 2세들 중 1%대의 지분율을 보였던 문석씨나 그 다음으로 지분이 높았던 정석씨 지분율 0.43%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강문석 부회장이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지분율을 2%대로 끌어올렸고 그때부터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가 대표이사에서 경질되고 정석씨가 회사에서 중용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동아제약 2세구도가 ‘강신호 회장-강문석 부회장 체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강신호 회장은 지난 10월부터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하고 동아제약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얘기를 수차례 밝혀왔다. 본인이 다시 직접 일선에서 경영해야겠다는 뜻을 굳힌 듯하다. 회사 임원들에게도 “내 나이가 청년처럼 느껴지니 여러분은 신입사원”이라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경영일선에 나설 힘도 의지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몇 년 뒤 ‘공부를 더하라고 보낸’ 강 부회장이 동아의 얼굴로 컴백할지, 아니면 또다른 깜짝 후계구도가 펼쳐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