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M&A 이어 신선식품 및 당일·새벽배송 등 투자 계획…부지 매각 등 자산 유동화로 실탄 확보 계획
#신선식품에 당일·새벽배송까지 드라이브
SSG닷컴의 강점은 직매입한 신선식품이다. 지난 6월부터는 식품을 7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 대상으로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쓱찬스’ 등을 통해 매출 증가와 함께 고객 재방문을 유도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4월부터 배송 서비스인 ‘셀러플렉스'를 통해 신선식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합병 완료 이후 양사의 협업이 기대된다.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은 네이버와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첫 협업은 우수 지역 소상공인(SME)의 지역명물 상품을 발굴해 브랜드화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제품은 이마트 피코크 상품개발팀이 ‘인생맛집’ 브랜드로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쇼핑은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를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마트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신선식품이다. 올해 4분기까지는 장보기 서비스를 오픈해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선식품 강화 배경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이 꼽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59조 원에 달하지만, 신선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온라인 침투율이 50~80%를 웃도는 공산품·생필품 등과 비교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경쟁사 쿠팡조차도 신선식품을 장악하진 못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창업주는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분야는 아직 쿠팡의 침투율이 낮은 수준”이라며 “신선식품 시장에 더 집중하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당일·새벽배송 전국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 권역을 충청권까지 넓혔고, 이마트는 성수점 PP(피킹&패킹)센터를 시작으로 당일배송 서비스 ‘쓱배송’의 주문 마감 시간을 늘리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20개 매장에 같은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인 ‘네오001~003’ 3곳에서 물류를 처리하는 동시에 이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41개 이마트 점포 중 PP센터를 구축한 점포가 110여 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2025년까지 PP센터를 활용해 36만 건까지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이마트뿐만 아니라 모든 점포가 배송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4년간 1조 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투자하고 7300여 곳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물류에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퀵커머스(즉시배송) 플랫폼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이마트24는 현재 1300여 개 가맹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까지 퀵커머스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27일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추가 인수하면서다. 이마트는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연결기준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스타벅스 멤버십 회원은 600만 명 이상이고, 매장 수는 1500개를 넘어섰다.
실제 스타벅스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배달 전문 매장인 ‘스타벅스 딜리버스’를 120여 개를 운영 중이고,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손을 잡은 만큼 추후 딜리버스 매장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배달 서비스는 스타벅스 자체 앱을 통해서만 제공된다. 자체 앱을 활용한 것도 신성장동력으로 퀵커머스를 키우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쿠팡이츠 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매각했지만…문제는 실탄
문제는 실탄이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인수합병(M&A)에 투입한 자금만 4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스타벅스(4742억 5350만 원) △이베이코리아(3조 4400억 원) △W컨셉(2650억 원) △SSG랜더스(옛 SK와이번스, 1352억 8000만 원) 등이다. 반면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효율화를 진행했음에도 지난 3월 기준 이마트와 신세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 5589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마곡 부지를 8500억 원에 매각했고, 2019년 13개 이마트 매장은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진행해 9525억 원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9만 9000㎡ 규모의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다. 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이 유력하고, 최대 1조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에는 가양점을 6820억 원에 매각했다.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나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8월 총 4000억 원의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4월에도 6000억 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다만 들어온 만큼 나가는 돈도 크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스타필드 건설에 막대한 투자 중이다. 지난 3월 화성국제테마파크사업을 위해 부지를 8669억 원에 매입했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부지에 4조 5700여억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를 만든다. 2026년 1차 개장을 하고 2030년 완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향후 기존 사업에 투입돼야 하는 투자금도 만만치 않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이마트(3조 2461억 원)와 신세계(1조 4964억 원)의 예상투자액은 4조 7425억 원에 달한다.
투자계획이 변경될 수 있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투자액을 줄이긴 쉽지 않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전체 점포의 30%를 리뉴얼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곳의 노후 점포를 리뉴얼했고, 올해는 15곳 이상 리뉴얼할 계획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점포 리뉴얼, 경쟁사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이마트 2분기 매출이 신장했다”고 봤다.
자금 조달 여력이 없진 않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할인점을 주축으로 4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유통 대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9조 3910억 원, 자산총액은 46조 4090억 원에 이른다. 다만 각 사업 추진 단계에 맞춰서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마련해야 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셈이다. 일정이 자칫 어긋난다면 투자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부동산 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략적 재배치를 추진해왔다. 자금 조달에는 문제 없다”며 “스타벅스 지분 인수는 지난해 말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올해 경영 계획에 다 반영됐던 사안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사업은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다. 특히 파크 내에 건설되는 호텔 등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하고, 신세계프라퍼티 기존 사업 수익 등을 활용해 컨소시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역량을 가졌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