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부단장 활동으로 존재감 과시 눈길…2024년까지 대부업 철수, 카드·증권사 진출 검토
#스포츠 후원하며 애국심 강조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8일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으로 장인화 부산광역시 체육회장을 선임했고, 부단장으로는 신치용 대한체육회 선수촌장,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이 맡게 됐다고 밝혔다. 최윤 회장은 대한럭비협회장 자격으로 뽑혔다.
부단장으로 선임된 최윤 회장은 장인화 단장을 보좌하는 동시에 선수단 관리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지원한다. 최 회장은 부단장으로 선임될 당시 “선수단 및 대한체육회 등 여러 관계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윤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년 OK금융그룹과 타이틀 스폰서 협약을 맺으면서 그해 프로축구 리그컵 명칭을 ‘러시앤캐시컵 2011’로 명명했다. 2013년에는 프로배구팀 안산 러시앤캐시 베스피드(현 안산 OK금융그룹 읏맨)를 창단했고, 올해 3월에는 럭비팀 OK금융그룹 읏맨을 창단했다.
최윤 회장은 스포츠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OK금융그룹은 2012~2013시즌 프로배구팀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현 서울 우리카드 위비)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OK금융그룹 측은 “홍보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회사 방침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이 지난 2월 대한럭비협회장에 취임할 때도 “대한민국 럭비 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윤 회장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의 성장 배경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국적인 최 회장은 재일교포 3세 출신으로 2002년 한국에서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했고, 2004년에는 일본 대부업체 A&O그룹을 인수했다. 이후 예주저축은행(현 OK저축은행), 한국씨티캐피탈(현 OK캐피탈) 등을 인수해 현재의 OK금융그룹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OK금융그룹에는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OK금융그룹에는 두 개의 지주사가 있다. 하나는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OK홀딩스대부고, 다른 하나는 OK에프앤아이대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운영법인) 등을 자회사로 둔 J&K캐피탈이다. OK홀딩스대부는 한국법인, J&K캐피탈은 일본법인이다. 최윤 회장은 OK홀딩스대부 지분 97.44%, J&K캐피탈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과 최윤 회장의 노력 덕분인지 과거에 비해 일본계 관련 구설은 줄어들었다. 실제 금융감독원(금감원)이 2019년 일본계 저축은행 관련 입장을 발표할 때 “저축은행 중 4개 사가 일본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4개 사는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이다. OK저축은행은 한국계 저축은행으로 분류한 것이다.
#OK금융그룹의 미래는?
최윤 회장의 최종 목적지는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대부업체로 시작된 그룹의 이력은 마케팅과 사업 확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OK금융그룹은 과거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 인수를 시도했지만 우리금융지주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OK금융그룹 측은 “우리금융지주의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 확정기사를 접하고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가장 힘들 때 지원에 나섰던 러시앤캐시가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존 구단들이 대부업체라는 이유로 OK금융그룹의 프로배구 진출을 반대한 것이 인수 실패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OK금융그룹은 2014년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인수를 추진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아주캐피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일본계 대부업체에게 업계 2위의 캐피탈 회사를 매각한다면 서민금융생태계는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아주캐피탈은 우리금융지주 손에 넘어갔다.
OK금융그룹은 우선 대부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계획이다. 최윤 회장은 2024년까지 OK금융 계열 대부업체를 시장에서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OK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2019년까지 대부업 자산을 40%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연차별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시정을 요구하자 아예 대부업 철수를 선언한 것. 실제 미즈사랑과 원캐싱은 법인 형태만 남아있을 뿐, 경영 활동이 없어 이들의 2020년 사업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은 0원이다.
OK금융그룹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부업체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사업을 정리하면 OK금융그룹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2020년 매출 4521억 원, 영업이익 176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주력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이 매출 9954억 원, 영업이익 2435억 원, OK캐피탈이 매출 2646억 원, 영업이익 696억 원을 거둔 것을 생각하면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OK금융그룹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OK금융그룹은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은 2017년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부터는 계열사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통해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합병을 통해 제1금융권 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OK금융그룹은 최근 몇 년간 전북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 지분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지분율을 9.99%까지 끌어올렸다. OK금융그룹은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투자’라고 공시했지만 OK금융그룹이 시중은행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OK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나 증권사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라며 “종합금융사를 지향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