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제외하면 한국이 ‘어벤져스’ 시리즈 가장 성공…한류스타 기용해 아시아 흥행 지렛대로
#박서준의 마블 행, 인증도장 찍은 IMDB
미국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이자 공신력 있는 사이트인 IMDB는 최근 박서준을 영화 ‘더 마블스’의 주요 배우로 기재했다. ‘더 마블스’는 배우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은 ‘캡틴 마블’의 속편 제목이다. IMDB는 박서준이 이 영화에서 브리 라슨, 자웨 애시튼, 테요나 패리스 등과 함께 출연한다고 전했다.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마무리된 프로젝트의 최강 히어로로 꼽히는 캐릭터다. 게다가 ‘블랙 위도우’보다 먼저 개봉된, 마블 최초의 여성 솔로 무비라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은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다.
박서준이 극 중 맡게 될 배역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단서는 찾을 수 있다. 미국 영화 매체인 스크린랜트는 ‘더 마블스’에서 박서준이 ‘아마데우스 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크린랜트의 7월 30일(현지시간) 보도를 보면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분), 카밀라 칸(이만 벨라니 분)이 ‘더 마블스’에 출연하는 히어로 전부가 아닐 수 있다”며 “박서준이 연기하는 네 번째 마블 히어로가 합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마데우스 조는 한국계 10대 히어로다. 여러모로 따졌을 때 박서준이 이 역할의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박서준은 올해 초 출연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서준 측은 국내 언론의 잇단 보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블 스튜디오의 특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작품 안팎으로 스포일러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들의 오피셜(공식) 발표가 나기 전 잡음이 새는 것을 꺼린다.
일례로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배우 톰 홀랜드가 작품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몇몇 발언을 했다가 마블 스튜디오로부터 ‘찍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적도 있다. 이런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박서준은 ‘더 마블스’ 출연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 갈 것이란 관측은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한국 배우를 선호할까
마블 스튜디오 작품에 첫 발을 들인 한국 배우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참여한 수현이다. 극중 한국계 박사 역을 맡은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서울 상암동을 비롯해 한국 곳곳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배턴은 마동석이 이어받았다. 그가 이미 촬영을 마친 마블 새 시리즈 ‘이터널스’가 오는 11월 개봉한다. 2021년 상반기 미국 ‘프리뷰월드’가 업데이트한 ‘이터널스’의 2022년 버전 프로모 아트 캘린더를 보면 마동석이 연기한 히어로인 길가메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포스터 속 마동석은 주인공 이카리스 역을 맡은 배우 리처드 매든 바로 오른쪽 뒤에 서 있다. 극 중 그의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한국 배우들을 중용하는 이유는 한국의 시장성을 높게 본 결과다. 한국은 미주 지역을 제외하면 ‘어벤져스’ 시리즈가 가장 크게 성공한 시장이다. 한국에서 개봉한 역대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 명)을 비롯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 명)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명) 등이 1000만 고지를 넘었다. 결국 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배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시아 전역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한류스타의 잠재력을 높게 산 결과다. 박서준의 경우 2021년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됐다. 게다가 두 편 모두 일본에서 2020년 연간 흥행 톱10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아시아 전역과 서양 국가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박서준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기생충’에 참여한 배우이기에 해외 홍보 프로모션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마블은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한류스타를 확보하고 그들을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려 한다. 한국은 아시아 전역으로 통하는 허브이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고도의 계산을 바탕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한국 배우들을 적극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