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 임명으로 군면제 여론 재부상…아미 “정치적 목적 이용 말라”, 일부 팬들 내심 기대감도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군 가운데 BTS의 군 면제 관련 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 있다. 바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인데 그는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방탄소년단(BTS)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병역면제를 못 받냐”는 화두를 공식 제기한 바 있다. 고전음악 전공자는 예술체육요원 관련 특례를 받는데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이런 혜택이 없는 병역특례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BTS 팬들은 “BTS 멤버들과 팬은 아무도 병역특례제에 불만을 드러낸 적 없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BTS를 이용하지 말라”고 강력 반발했고 결국 하태경 의원이 “BTS 팬들이 군 면제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라며 “내가 모든 비난을 받겠다. 하태경에게 돌을 던져달라”고 해명했다.
하태경 의원의 문제제기로 관련 논의가 정치권에서 1년가량 활발히 진행됐지만 2019년 11월 현행 병역특례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신 2020년 12월 군 징집 소집 연기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하태경 의원이 관련 문제제기를 한 2018년은 과거 병역법으로 만 28세까지만 군 입대 면제가 가능했던 진의 군 입대 시한을 2년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BTS는 꾸준히 “국가의 부름이 오면 최선을 다해 응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팬들도 BTS의 입장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현재까지도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의 공식 입장은 ‘군면제 이슈와 관련해 전적으로 BTS의 의견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3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BTS는 새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에 오르는 세계적인 팝스타로 거듭났다. 점차 BTS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BTS를 군 면제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BTS 팬들의 공식 입장은 “국가의 부름이 오면 최선을 다해 응답하겠다”는 BTS 멤버들의 생각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입대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군 면제를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BTS를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에 임명하면서 군 면제 목소리가 다시 커져가고 있다. 특사가 된 BTS는 오는 9월 제75차 유엔총회를 비롯한 주요 국제회의에 참석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할 정도면 군 면제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BTS가 확고부동한 월드스타인 터라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BTS의 군 면제 이슈는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관련 논의는 이미 2018년부터 정치권에서 이어져 2019년 현행 병역특례제 유지로 결정됐다. 재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원점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연예계로 병역특례 범위를 확대할 경우 가수와 배우, 방송인 등에 대한 각각의 기준을 결정하는 게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BTS만을 위해 현행 병역특례제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법이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특별법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례다. 이미 충분히 국위선양을 했으며 향후에도 상당한 국위선양을 할 것으로 보이는 BTS를 대상으로 한 특별법을 만들어 예외적인 군 면제를 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사안이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BTS 군 면제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은 10~20대 젊은층 표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젠더 갈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도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BTS 군 면제를 둘러싼 화두는 젊은층의 관심사, 젠더 갈등 등과 맞물릴 수도 있다. BTS 군 면제를 위한 특별법이 충분히 대선에서 뜨거운 화두로 급부상할 수 있는 분위기다.
한편 BTS는 최근 9주 연속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 곡이 9주 연속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버터(Butter)’가 7주 연속 ‘핫100’ 정상을 지키다 7월 24일 차트에서 자신들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1위를 내줬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1위에 올랐다. 빌보드에 따르면 한 그룹이나 가수가 자신의 곡으로 ‘핫100’ 1위 바통 터치를 한 케이스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다시 예전 1위곡을 정상 자리에 올린 경우는 BTS가 최초다. BTS는 뭘 해도 신기록의 연속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