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병현선배 조언 감사해요
▲ 홍순국 메이저리그사진전문기자 |
지난 한 주 동안 인터넷을 들여다보지 않았어요. 오로지 야구하고 밥 먹고 쉬고 얘기하고, 그런 일상적인 생활들을 반복하면서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네요. 야구 성적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절망적이진 않아요. 팀 성적까지 함께 내려가면서 겉으로 보기엔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아도, 이런 시간들이 찾아오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도 크게 동요하진 않습니다.
얼마 전부턴 구단에 소속돼 있는 심리치료사를 만나 상담을 했어요. 주로 제 얘기를 들어주는 형식이었지만, 제3자에게 제 고민과 갈등, 그리고 걱정거리들을 속 시원히 털어놓으니까 한결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심리치료사를 만났다고 해서 당장 제가 이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가거나 제 내면에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겠죠. 그러나 전 심리치료사에게 제 문제를 얘기하면서 스스로 해결방법을 깨닫게 됐어요.
헝클어진 야구의 리듬을 한꺼번에 풀려고 하니까 더 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3할을 치고 홈런을 때리려고 덤비지 말고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안타를 못 치면 볼넷으로 출루를 하려는 팀플레이를 보여야 했던 거죠.
어렸을 때 야구하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비록 2할3, 4푼대를 오가는 ‘물방망이’라고 해도 전 25인 로스터에 들어간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이고 현재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가까운 분을 통해 일본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 김병현 선배가 저한테 전하는 메시지를 전해 듣게 됐어요. 박찬호 선배는 지금 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그리 큰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면서, 그래도 제가 행복한 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름이 알려지고 부를 쌓게 되면 자연스레 구설수에 오르게 마련인데, 나름 일찍 그런 일을 겪은 게 야구인생을 길게 봤을 땐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어요.
병현 선배 또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오셨잖아요. 작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만나 식사를 같이하면서 그분의 인간적인 매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병현 선배가 이런 얘길 전하셨어요. “한국에서 구설수에 오르며 엄청난 사건에 휘말렸을 때도 겪어내고 참아냈다”라고요. 그리 살가운 후배도 아니었고, 잘 챙기는 동생은 더더욱 아니었는데, 이렇게 좋은 얘기들을 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제 주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잘나갈 때, 인기를 얻을 때, 칭찬만 들을 때, 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들…. 같을까요? 다를까요?
아픔 속에서, 절망 속에서도, 얻는 게 있다면, 그래서 희망이 생긴다면, 제 인생도 꽤 괜찮은 삶 아닌가요?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