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대위원장 설훈 경선불복 가능성 시사…후보 지지자들 간 감정의 골 깊어질까 우려
이낙연 후보도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우리는 국민들께 미래를 향한 희망을 드려야 한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 본선 경쟁력을 위해 정책과 자질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명·낙 대전’이라고까지 불리며 후보 및 캠프 관계자, 지지자들 사이에 격화되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내린 결정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도 네거티브 중단 선언에 환영의 입장을 내놓으면서, 악질 네거티브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후보 간 네거티브 전쟁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어떤 내용이 검증이고 어디까지가 네거티브인지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공방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측 캠프에서도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네거티브와 검증은 구별돼야 한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이어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실제 지난 8월 11일 KBS 주최로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 3차 TV토론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과거 발언을 꺼내며 충돌했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철거민 폭행 의혹과 장애인 민원인과의 충돌 등을 거론하면서 “이 후보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우려가 있다는 걸 본인도 알 것”이라고 자질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전부 왜곡된 것이다. 철거민에게 폭행당했고 그들이 유죄판결 받았다.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껐다는 건 그들이 처벌받는 사안”이라며 “이런 게 진짜 네거티브”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를 향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강력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는데, 당시 이낙연 후보는 ‘국방력을 키우는 건 주변국의 불필요한 견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왜 그때 반대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낙연 후보는 “국방력 강화만으로 균형자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고,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는 “생각이 바뀌신 건 아닌가 보다”고 비꼬았다.
네거티브 공세에서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경선 결과 불복 가능성까지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이 그 중심에 섰다. 설 의원은 8월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분의 32% 정도가 ‘이재명 후보로 합쳐지면 지지 못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나는 무조건 원팀으로 간다. 그런데 3분의 1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실한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시사경남이 의뢰해 여론조사업체 PNR이 8월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당내 후보 적합도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 중 31.0%가 ‘이재명 대 윤석열 가상대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17.5%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업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설 의원은 이재명 후보 역린으로 꼽히는 과거 ‘형수 욕설’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들이 아마 이재명 후보의 (형과 형수에 대한) 욕설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의 인성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경선 시작하면서 욕설 파일에 대해 집안 사생활임에도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를 했다. 그런데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고 약속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 문제를 다시 끌고 나왔다”며 “본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어떻게든 지지자들을 설득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게 하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것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민주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낙연 후보 캠프 측은 설훈 의원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차원 입장은 아니다”라며 “이낙연 후보가 네거티브 공방을 자중해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캠프에 속한 의원들과 관계자들의 모든 의견을 어떻게 모두 통제할 수 있겠느냐. 고심이 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후보는 매주 1, 2개씩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약 경쟁으로 네거티브에서 관심사를 돌리는 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후보 역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 경선 불복 논란에 대해 “내 사전에는 불복이 없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선관위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개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보 캠프에 아직 공식적으로 합류하지 않은 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를 두고 ‘이심송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네거티브에 제재를 가한다면 다른 후보들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각 후보와 관계자들 사이에 오가는 날선 공방이 여권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나 캠프에 속한 의원 및 관계자들은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당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원팀으로 싸울 수 있다”며 “하지만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다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 힘들다. 2017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의 목소리가 높았고, 친문 지지층의 힘이 강했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 지지자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재명-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팽팽하다. 이들이 분열하면 대선 본선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