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무죄, 정진웅 유죄, 자신의 ‘강요미수’ 남아…정권교체 땐 총장 가능성 대선 결과에 운명 달려
#부쩍 언론 노출이 잦아진 한동훈 검사장
최근 들어 한동훈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우선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이던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시킨 소위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1심 선고가 나왔다.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동재 전 기자와 백 아무개 채널A 기자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의 판단은 ‘협박이 아닌 취재’ 과정이었으며 ‘검언유착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은 여러 건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파생됐다. 우선 한동훈 검사장의 강요미수 사건과 ‘제보자X’ 지 아무개 씨의 업무방해 사건이 있다. 이 두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에서 수사 중이다. 또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명예훼손 사건과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사건이 있는데 최강욱 대표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정진웅 차장검사 사건은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업무상 직권남용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8월 12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시킨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인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은 무죄 선고가 나왔고, 관련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한 검사장이 피해자인 정진웅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은 유죄가 나왔다.
#강요미수 사건은 여전히 수사중
그렇지만 정작 한동훈 검사장의 강요미수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지검장이 이동재 전 기자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의 비리 제보 강요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의 관심은 과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집중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8월 13일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이 한 검사장 관련 수사에 대해 질의하자 “(장관은) 수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쯤에서 수사를 마치자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아직 관련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포렌식 문제도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은 8월 11일에도 언론에 등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5억 원이었던 벌금 액수는 5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오자 한동훈 검사장은 ‘정경심 씨 항소심 징역 4년 선고에 관해 수사팀을 대신해 말씀드린다’는 입장문을 내며 “지난 2년간 수많은 왜곡과 거짓 선동, 수사팀을 향한 부당한 공격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처럼 저를 비롯한 수사팀 모두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사건 수사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정권 교체되면 검찰총장도 가능?
물론 아직 대부분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과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사건은 1심 판결만 나온 상황으로 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경심 교수 사건은 2심 판결까지 나왔고 최근 대법원 행이 결정됐다. 게다가 한 검사장 본인이 피의자인 강요미수 사건은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다.
법조계에서는 한 검사장이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이므로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견디면 검찰총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동훈 검사장을 나락으로 몰고 간 검언유착 사건이 법원에서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터라 계속 수사 일선 복귀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 검사장이 동기(사법연수원 27기)들 가운데 비교적 빨리 검사장을 달아 버틸 여력이 남아 있는 데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 요직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조국 전 장관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후,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한동훈을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됐다. 만약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다면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바로 검찰총장 임명도 가능해 보인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기수로 보면 한 검사장은 차차기 총장이 적절해 보인다”라며 “윤 전 총장이 아닐지라도 정권교체가 된다면 한 검사장이 화려하게 부활해 검찰 요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권교체가 안 된다면 결국 검찰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을 거치며 검찰 인사가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과 호흡이 맞는 검사들이 요직에 두루 포진하고 윤석열 측근으로 분류된 검사들은 대거 한직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치고 있는 한 검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 부분을 두고 윤석열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검찰 인사가 본격적으로 균형감이 깨진 계기를 윤 전 총장의 특수통 위주 편파적인 인사부터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 검사장을 향한 검찰 내부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