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픈 손가락’ 꽉 깨문다
▲ 박근혜 전 대표는 ‘박지만 의혹’에 대해 “동생이 아니라면 그걸로 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박정희 31주기 추도식. |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박근혜 전 대표 몸값은 더욱 상한가를 쳤다. 박 전 대표는 이상득계, 소장파와 손을 잡고 황우여 원내대표를 당선시켰고 7·4 전당대회 룰에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더 이상 ‘미래권력’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러한 박 전 대표 위세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었다. 소위 ‘박근혜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던 것이다. 심지어는 박 전 대표 팬클럽 회원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조차도 주가가 올랐다. 박근혜 테마주 중에서도 박지만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EG는 단연 주목을 받았다. EG 주가는 재보선 직후인 4월 28일 3만 1500원(종가 기준)이었는데 그 이후 오르기 시작해 한때 3만 5000원대(5월 2일)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EG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박지만 회장이 불법대출 등으로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조금씩 하락하던 EG 주가는 6월 9일 2만 8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별다른 악재가 없는데도 박 회장이 구설에 오르자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친박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석에서 기자와 만난 한 친박 의원은 “박지만 씨가 신삼길 회장과 친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그게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도 마치 불법이 있었던 것처럼 야권과 몇몇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지지율과 주가는 비슷한 측면이 있다. 때로는 심정적인 요소가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박근혜 테마주처럼 박 전 대표 지지율도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친박 내부에서는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박지만-신삼길 커넥션’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박 전 대표 역시 지난 6월 7일 “본인(박지만)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표에게 “신 명예회장은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는 “박 회장 해명을 믿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친박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야당의 무차별적 폭로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의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주변 정리가 몸에 밴 정치인이다. 특히 친인척 문제는 더욱 그렇다”면서 “사업가인 박 회장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대신 박 회장이 누나에게 해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한다”고 귀띔했다. 박 전 대표는 야권 공세가 계속될 경우 더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화력을 총동원해 박 전 대표를 공격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를 정조준했던 민주당은 그 과녁을 박 전 대표로 바꾸고 여러 의혹들을 쫓고 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8일 “박지만 회장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정진석 정무수석, 신삼길 명예회장 등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자주 회동을 가졌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신삼길 명예회장이 검찰에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 박지만 회장과 식사를 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가 동생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꼬집고 나섰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일반 국민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끝이냐”고 반문했고,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박 전 대표를 ‘여의도 선덕여왕’이라고 빗대며 “박 전 대표 말이 수사지침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민주당이 박 전 대표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차기 대권 주자 중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 도덕성에 ‘생채기’를 내려는 의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반면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검찰 압박’을 거론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선 박지만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검찰이 박 전 대표를 의식해 확인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외에 6월 말로 예정된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연관 짓는 견해도 있다. 전·현 정권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한나라당 최대 계파로 떠오른 신주류 수장 박 전 대표를 공략해 국정조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권 구주류에서 박 회장에 대한 강경한 입장들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서 구주류는 이재오계를 지칭한다. 친박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구주류는 원내대표 경선 패배 이후 입지가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7·4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반격을 도모하고 있는 구주류가 박 전 대표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박 회장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공성진 전 의원 친동생이 “박 회장이 친박 의원들을 신 명예회장에게 소개시켜줬다”고 진술한 것이 알려지면서 친박 역시 ‘이재오 배후설’을 의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 전 의원이 이재오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사실 구주류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한 발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 회장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스탠스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6월 초 있었던 몇몇 특강에서 “내각 운명을 걸고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를 그대로 두면 공정사회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선 이러한 이 장관 발언이 박 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장관과 비교적 가까운 의원들이 6월 1일 ‘저축은행 비리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장관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저축은행 사태는 정확히 파헤쳐야 하고, 박 회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게 이 장관 생각”이라면서 “적어도 박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에선 신주류보다 민주당에 가까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이재오계 몇몇 의원실 관계자는 ‘박지만-신삼길’과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박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EG 회사 자체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EG 전직 고위 임원과 접촉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저격수’로 꼽히는 일부 의원들과 물밑 ‘정보교류’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향후 저축은행 사태를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야권’이 대립할 것으로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구주류 측이 ‘대놓고’ 신주류와 맞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지금 상황에서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 싸워서 얻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장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박지만 씨가 저축은행 논란의 핫 이슈로 떠오른 만큼 구주류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이를 활용할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민주당과 은밀하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게릴라식 전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우리금융 ‘삼화저축 인수’ 들여다보니
매각 일사천리 ‘지휘자 누구?’
민주당은 삼화저축은행 비리 본질을 “퇴출 저지에 성공한 로비”라고 규정짓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사태는 삼화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삼화저축은행이 더 큰 ‘몸통’과 연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여 진상을 파악 중이다. 특히 올해 1월 영업정지됐던 삼화저축은행을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과정에 현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측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이상득 의원, 정진석 당시 정무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 핵심측근들이다. 단 한 명이라도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삼화저축은행 비리의 열쇠를 풀 ‘키맨’으로 금융브로커 이철수 씨를 지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왕회장’으로 불렸던 이 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이 씨와 신삼길 명예회장이 영업정지 위기에 놓인 삼화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할 수 있도록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비씨앤파트너스라는 경영컨설팅 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삼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신 회장이 지분 48.86%를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아이비씨앤파트너스를 통해 삼화저축은행을 지배할 수 있었다. 금융브로커 이 씨는 지난 2009년 초 아이비씨앤파트너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삼화저축은행 주주 명부에 올랐다. 삼화저축은행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이 씨가 투자액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신 회장과 함께 로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우리금융지주의 삼화저축은행 인수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수상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1월 20일경 매각공고가 나온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18일 우리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는데, 이는 금융권은 물론 타 업계에서도 전례가 드물 정도로 ‘초고속’이다. 민주당은 정권 고위층에서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금융계 MB맨 중 한 명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월 5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미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준비에 착수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초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이 신삼길 명예회장과 한 식당에서 회동했다. 그 이후 삼화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인수돼 살아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는 ‘구리왕’ 차용규 씨(<일요신문> 993호 참고)도 삼화저축은행에 투자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 씨가 지난 2007년 조세 피난처 말레이시아 라부얀에 세운 제이제이인베스트는 2010년 12월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하던 제이콤에 35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제이콤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제이제이인베스트 역시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한다.
제이콤은 지난 4월 16일 상장 폐지됐고 이 회사 직원들은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해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회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 이철수 씨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씨가 제이콤 모기업인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차용규-신삼길-이철수’로 이어지는 라인을 살펴보는 게 이번 삼화저축은행 사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각 일사천리 ‘지휘자 누구?’
현재 민주당 측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이상득 의원, 정진석 당시 정무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 핵심측근들이다. 단 한 명이라도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삼화저축은행 비리의 열쇠를 풀 ‘키맨’으로 금융브로커 이철수 씨를 지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왕회장’으로 불렸던 이 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이 씨와 신삼길 명예회장이 영업정지 위기에 놓인 삼화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할 수 있도록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비씨앤파트너스라는 경영컨설팅 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삼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신 회장이 지분 48.86%를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아이비씨앤파트너스를 통해 삼화저축은행을 지배할 수 있었다. 금융브로커 이 씨는 지난 2009년 초 아이비씨앤파트너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삼화저축은행 주주 명부에 올랐다. 삼화저축은행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이 씨가 투자액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신 회장과 함께 로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우리금융지주의 삼화저축은행 인수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수상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1월 20일경 매각공고가 나온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18일 우리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는데, 이는 금융권은 물론 타 업계에서도 전례가 드물 정도로 ‘초고속’이다. 민주당은 정권 고위층에서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금융계 MB맨 중 한 명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월 5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미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준비에 착수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초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이 신삼길 명예회장과 한 식당에서 회동했다. 그 이후 삼화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인수돼 살아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는 ‘구리왕’ 차용규 씨(<일요신문> 993호 참고)도 삼화저축은행에 투자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 씨가 지난 2007년 조세 피난처 말레이시아 라부얀에 세운 제이제이인베스트는 2010년 12월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하던 제이콤에 35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제이콤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제이제이인베스트 역시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한다.
제이콤은 지난 4월 16일 상장 폐지됐고 이 회사 직원들은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해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회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 이철수 씨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씨가 제이콤 모기업인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차용규-신삼길-이철수’로 이어지는 라인을 살펴보는 게 이번 삼화저축은행 사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