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ane No Worry’ 손흥민 굳건…유럽 첫선 김민재 페네르바체 입성…팀 옮긴 이재성 최전방 누벼
#손흥민 '감아차기 골' 활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가 열린 지난 16일(한국시간) 이후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은 다수의 현지 언론 스포츠면의 메인을 장식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를 잡아내는 결승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데일리 스타' 등은 'No Kane No Worry'(케인 없어도 걱정 없다)와 같은 제목과 함께 손흥민의 사진을 큼직하게 내걸었다.
토트넘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경기였다. 주포 해리 케인이 이적설에 휘말리며 명단에서 제외됐다. 맨시티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토트넘으로선 더욱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리그 순위는 맨시티가 1위, 토트넘이 7위였다.
손흥민은 이날 케인을 대신해 주 포지션인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나섰다.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인 손흥민은 특유의 감아차기 골 이 외에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의 주요 공격 장면에서 모두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토트넘의 핵심 선수, 리그 내 톱클래스 공격수로서 손흥민의 입지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손흥민은 비시즌에 토트넘 홋스퍼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8월까지로 갱신됐고 주급은 3억 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등의 변수가 없다면 손흥민은 지속적으로 토트넘 핵심 선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감독 교체도 손흥민의 입지에는 큰 영향이 없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 앞서 누누 산투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이전 커리어에서 수비적이고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술을 즐겨 사용해 우려를 샀지만 손흥민과는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은 누누 체제 아래 프리시즌 3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어진 리그 개막전에서는 결승골로 감독의 기대에 화답했다.
#드디어 유럽 밟은 김민재
지난 수년간 한국 축구에서 김민재의 행보는 뜨거운 감자였다. 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다 2019년 1월 중국 리그(베이징 궈안)로 향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럽 리그에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만큼 김민재의 기량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중국 생활 중에도 지속적으로 유럽 이적 가능성이 점쳐졌다. FC 포르투(포르투갈), 갈라타사라이(터키),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라치오(이탈리아), 토트넘(잉글랜드) 등 다양한 국가, 구단과 루머를 만들어냈다. 베이징과 계약 만료를 6개월 앞둔 시점, 김민재의 선택은 터키 페네르바체였다. 일부에선 유럽 축구의 중심에 가까운 구단으로 이적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 등과 함께 터키 명문으로 꼽히는 구단이다. 터키리그 우승만 20회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8강, 유로파리그에선 4강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과거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 제이제이 오코차(나이지리아)부터 현재 메수트 외질(독일)까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거쳐 간 팀이다. 또 한 번의 명문 구단 이적을 노리는 김민재에겐 페네르바체가 좋은 쇼케이스장이 될 수 있다.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존재도 김민재에겐 긍정적이다. 페레이라 감독은 2020년 12월까지 3년간 중국에서 상하이 상강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김민재의 활약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인물이다. 터키 현지에서도 스쿼드에 7명의 중앙 수비수를 보유한 페네르바체가 김민재를 주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성 1부리그에서도 핵심
이재성은 고대하던 1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2018년 여름 전북 현대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떠난 이재성은 3년간의 활약 이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1부리그 소속 마인츠 유니폼을 입었다.
이재성은 자신의 첫 유럽팀인 킬과 함께 1부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실제 킬은 지난 시즌 승격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최종 관문에서 승격 기회를 놓쳤고 결국 이재성과 킬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며 작별했다.
활약하는 무대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재성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킬에서 그랬듯 마인츠에서도 큰 팀 내 비중을 가져가고 있다. 입단과 동시에 에이스의 상징인 7번을 달았다. 시즌 첫 공식 경기인 컵대회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리그 개막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 정규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야 교체돼 나왔다. 마인츠는 강팀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승리하는 좋은 결과도 냈다.
이재성의 현재 몸 상태는 최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부상을 입어 팀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럼에도 강팀과 리그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이재성에게 최고 평점을 부여했다.
이재성은 마인츠에서 입지를 점차 넓혀 나갈 전망이다. 마인츠에서 개막전부터 중용받은 만큼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측면,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에 감독의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이강인·황의조·황희찬 이적 가능성은?
또 다른 한국인 유럽리거들인 이강인 황의조 황희찬은 시즌이 개막했음에도 아직 이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선수들이다. 유럽 주요 리그의 이적시장은 8월 말까지다.
올림픽을 마치고 소속팀 발렌시아에 복귀한 이강인은 지난 13일 리그 개막전에서는 벤치 명단에조차 들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적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량의 문제보다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구단과 감독의 권력 다툼 속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발렌시아가 브라질 국적 공격수(안드레) 영입에 가까워진 점도 이강인의 이적 가능성을 높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EU(유럽연합) 이외 국적 선수 보유 한도가 3명이다. 현재 발렌시아는 이강인 외에 막시 고메스(우루과이), 오마르 알데레테(파라과이)를 보유하고 있다.
황의조도 팀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 이적설이 지속되고 있다. 지롱댕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이 길어지며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비록 번복됐지만 한때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팀은 해외 사업가에게 인수됐지만 여전히 황의조의 이적 가능성은 남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 이외에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황의조를 노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유럽 최초 진출 당시 200만 유로(약 27억 원)였던 몸값은 최근 1000만 유로(약 137억 원)까지 치솟았다.
황희찬도 유니폼을 갈아입을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독일(라이프치히)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큰 꿈을 품었지만 코로나19 감염 등 악재가 겹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주전 출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희찬은 최근 김민재가 이적한 페네르바체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임대로 황희찬을 활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잔류 가능성도 존재한다. 황희찬은 선발은 아니지만 기회는 받고 있어서다. 시즌 개막 이후 2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스트리아 시절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제시 마시가 팀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도 그에겐 호재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