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방점 이마트 ‘훨훨’ 폐점 전략 롯데 ‘어닝쇼크’…양사 전문경영인 강희석·강희태도 희비
#엇갈린 실적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은 매출액 7조 7826억 원, 영업이익 69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423억 원에서 751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익을 냈지만 ‘어닝쇼크’(증권사 추정치보다 10% 이하 기록) 수준의 성적표라는 혹평이 나온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기저효과에도 아쉬운 실적을 냈다. 당사 추정치 및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하회한다. 예상 대비 부진했던 롯데하이마트 실적과 재산세 반영 영향이 있었다”며 “월드타워 처분 이익 413억 원이 있었음에도 2분기 당기순손실 345억 원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쟁사 신세계그룹은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조 7605억 원, 58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6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배 증가한 1308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에는 3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 원대를 회복했고, 2분기에도 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한 매출액 4조 486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98억 원, 1059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SG닷컴 적자 확대에도 본업과 연결 자회사 흐름이 긍정적”이라며 “스타벅스코리아, W컨셉 등 연결 자회사들의 편입 확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Back to the 2019’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실적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받으면서 이들 기업 수장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이들을 중용한 총수의 용인술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2019년 2분기 이마트는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1993년 창사 이래 첫 적자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했고, 이커머스사업인 SSG닷컴을 강화했다. 대규모 인적 쇄신도 이뤄졌다.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이갑수 이마트 사장에게 해임을 통보했고, 11명의 임원이 물러났다. 대신 베인앤컴퍼니 소비재 유통부문 강희석 파트너를 이마트 대표로 영입했다. 외부인사가 대표를 차지한 건 이마트 창립 이후 처음이다.
강희석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정용진 부회장의 사업 재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 사업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부츠, 삐에로쑈핑, 쇼앤텔, PK피코크 등 전문점 사업을 줄줄이 철수시켰다. 반면 이마트 할인점은 폐점보단 리뉴얼을 택했다. 이마트 할인점은 그로서리(식품) 중심의 리뉴얼을 단행하거나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점포로 탈바꿈했다. 결국 3분기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19년 롯데쇼핑 실적도 이마트처럼 고꾸라졌지만, 행보는 달랐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국정농단·경영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외풍에 시달렸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에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추진해 조 단위 현금을 확보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약 10건의 대규모 국내외 인수합병(M&A) 계획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대대적인 인사 혁신도 없었다. 이원준 부회장(유통BU장)은 2020년 3월까지 임기를 끝마친 후 나갔다. 유통BU장 후임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였고, 4개 사업부 수장도 모두 내부 인물로 교체됐다. 혁신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셈이다.
강희태 부회장은 취임하자마자 700여 점포 중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3년 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출신인 강희태 부회장과 외부에서 영입돼 리뉴얼을 추진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결정의 과정과 결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실제 2019년 4분기 말 830개에 달하던 매장 수는 올해 6월 680개로 줄었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진 못했다.
#결국 신세계 따라가는 롯데
강희석 대표는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을 통합하는 미래 전략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리뉴얼된 할인점은 SSG닷컴의 배송 거점으로 활용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되고 있다. 현재 141개 할인점 중 PP(피킹&패킹)센터를 구축한 점포가 110여 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2025년까지 PP센터를 활용해 36만 건까지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7300여 개의 모든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강희태 대표를 지원 사격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M&A에 투입한 자금만 4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1월 정 부회장이 강희석 대표와 함께 네이버 본사를 찾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났다. 이후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고선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리뉴얼 등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멈추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이마트(3조 2461억 원)와 신세계(1조 4964억 원)의 예상투자액은 4조 7425억 원에 달한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만 몰두하면서 강희태 부회장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롯데그룹은 M&A로 성장해왔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에게 밀렸다. 온·오프라인 투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투자 계획은 백화점 1조 5439억 원, 할인점 2951억 원으로 신세계 투자액의 38%에 불과하다.
쌓아둔 현금은 아직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올해 6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3조 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4조 원을 훌쩍 넘는다. 신세계와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SSG닷컴과 롯데온의 올해 상반기 매출 차이가 12배 벌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롯데쇼핑은 이마트 뒤를 쫓는 형국이다. 백화점·마트·쇼핑 등으로 분산된 온라인 인력을 롯데온 하나의 조직으로 일원화했다. 별도 법인으로 분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2018년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부를 SSG닷컴으로 일원화해 신설회사로 설립한 바 있다. 오프라인 점포도 폐점을 멈추고 리뉴얼로 방향을 선회했다. PP센터인 롯데마트 스마트 스토어는 연내 1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8월 17일 롯데온은 식품에 콘텐츠를 접목해 상품을 제안하는 ‘푸드온’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을 통해 온·오프라인 실적을 끌어올린 이마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는 PP센터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각각의 사업부마다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며 “온라인은 일원화된 이커머스 조직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시장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