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부인에도 유력 인수 후보, 전문몰 차별화 전략…매물 자체 매력 회의적, 보수적 롯데와 궁합도 물음표
다나와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며,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등에 따르면 다나와는 롯데와 물밑에서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 등의 차이로 틀어지면서 공개 매각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이커머스 사업부를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등 이커머스 사업 확대에 큰 뜻을 보이는 만큼 롯데에도 다나와 ‘티저레터(투자유인서)’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다나와는 PC와 가전제품 등에 대한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부 판매자들로부터 중개수수료 또는 광고수익을 받고,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준다. 다나와는 최근 수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나와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8년 약 1213억 원, 2019년 1713억 원, 지난해 2319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한 덕이다.
롯데는 유통 강자로서 면모와 그룹 규모에 비해 이커머스로 전환이 다소 더딘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그룹 차원에서 7개 사의 쇼핑몰을 통합한 ‘롯데ON(롯데온)’을 출범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장이 없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쇼핑 규모는 2019년 대비 18% 성장했다. 롯데온의 GMV(총거래액)는 지난해 7조 60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7% 성장했다.
롯데는 경쟁사들보다 변화에도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상호지분 교환을 했고 신세계는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카카오는 인터파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그룹은 티몬과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 매물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중고거래플랫폼 ‘중고나라’ 지분을 매입했다.
다나와의 우수한 영업 실적과 ‘1세대 이커머스’, ‘전문몰’ 등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인수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궁합'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나온다.
우선, 다나와 인수가 롯데그룹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롯데온과 통합하면 트래픽이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롯데온의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나와 실적이 양호하지만 롯데쇼핑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다나와의 69배에 달한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차라리 전자제품 유통 전문인 롯데하이마트와 합병하면 시너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롯데그룹 또는 롯데쇼핑 전체로 봤을 때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다나와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단순 통합몰이 아닌 ‘전문몰’로 키우려는 전략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의 연구원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후 롯데가 전문몰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는 늦었다고 판단해 전략을 전문몰 강화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나와가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로 알려진 롯데그룹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개발자들의 ‘DNA’가 어떻게 발휘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롯데가 인수한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다나와의 DNA가 거대 기업이자 문화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롯데그룹 내에서 얼마나 표현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나와의 영향력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누가 인수하든 다나와라는 매물 자체가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이커머스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1세대 오픈마켓’ 시대가 저물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금까지 다나와는 전문몰 위치에서 잘 해왔지만 네이버와 쿠팡 등 거대 이커머스들의 거센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수년 뒤에도 그 경쟁력이 여전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