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물 등급분류, 영상물 심의와 이렇게 다르다”
-광고물소위원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광고물소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에 관한 청소년 유해성 여부 확인과 영화 상영 전후에 상영되는 예고편 영화나 광고영화에 대한 상영 등급을 분류한다.”
-비디오물이나 영화와 같은 영상물 등급분류와 광고물 등급분류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영화·비디오는 내용과 표현 정도에 따라 연령별 등급을 분류하지만, 포스터·전단·온라인 광고와 같은 광고·선전물은 관련법에 따라 사전에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확인받아 배포·게시하도록 돼있다. 광고물은 매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연령별 등급분류가 아닌, 전체 연령층이 봐도 무방한 수준에서 유해성 여부 확인을 진행한다.”
-상반기 등급분류 동향에 따르면 비디오물 광고·선전물의 등급분류 건수가 대폭 증가했던데,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영화 광고·선전물의 등급분류가 줄고 있다는 점과 비디오물의 등급분류가 대폭 증가했다는 점은 느끼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이 침체되다 보니 영상 콘텐츠 산업과 극장 산업에도 큰 영향이 있었는데, OTT라는 미디어 플랫폼이 크게 성장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 접근이 용이한 OTT 콘텐츠(비디오물)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이 되는 것 같다.
올해 상반기에 비디오광고·선전물이 대폭 증가했듯이 앞으로는 광고물 등급분류 신청도 OTT 콘텐츠 위주로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한다. 돌이켜 보면 오히려 예전에 광고물소위원회 업무를 했을 때는 영화 개봉작이 많아 일주일에 4~5회 회의를 진행할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아직까지는 심의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영화 광고, 선전물과 비디오물 광고, 선전물 심의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영화 광고·선전물의 심의 대상은 포스터·전단·스틸·신문광고·온라인광고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배포·게시되는 영화 광고·선전물이며, 비디오 광고·선전물의 심의 대상은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하는 비디오물의 광고·선전물을 말한다.
‘텐트 폴’ 영화의 경우 같은 이미지의 광고물을 여러 사이즈와 여러 매체 대상으로 수십 개, 수백 개씩 신청을 하는데, 모두 광고물소위원회에서 유해성 확인을 거친다. 그리고 영화 예고편은 ‘전체관람가’와 ‘청소년관람불가’ 2가지로 등급을 분류하지만, 포스터·전단·스틸·신문광고·온라인광고 등의 광고·선전물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특성상 전체 연령층이 보아도 무방한 수준에서 유해성 여부를 확인한다.”
-광고물 유해성 확인 업무 수행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비디오광고·선전물 중 성에 대한 희화화나 상업적, 폭력적인 시선이 담긴 표현 혹은 폭력적인 시선을 정당화시키는 표현 등에 유의하려고 한다. ‘몰래카메라’ 등 성 착취물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나 디지털 성폭력, 성범죄와 관련된 표현은 유심히 확인하려고 한다.”
-광고물 등급분류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위원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다양한 시선을 갖고 참여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의견들이 발생한다. 의장은 그 사이의 중재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의장으로서 규정에 따라 심의를 수행하되,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의 의견으로 조율해 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 때문에 고충이라기보다는 최대한 위원들의 여러 의견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광고물소위원회 업무로 보면, 영화나 비디오물 등 영상물의 경우에는 영상의 전체 내용을 보고서 맥락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스틸 등은 딱 한 모습이나 일부 장면만 보고서 유해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다 보니 맥락에 대한 고려보다는 광고물의 이미지 그 자체로만 판단하는 것이 비교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때에 등급분류 위원으로서 자부심이나 보람을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위원이기 이전에 학부모이다 보니 ‘많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일조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 예고편을 볼 때 아이들이 ‘엄마가 한 거야’라고 묻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아이들에게 영상물이나 어떤 표현들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이런 부분은 엄마가 보기에는 유해할 수 있다고 보는데 너희들이 보기에는 어떠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도 나와 동일하게 느낀다고 얘기하면, ‘아이들의 시선도 고려해 잘 생각했구나’라고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광고물소위원회를 이끌 의장으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다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아이들이 유해 영상물을 접할 기회도 많아 걱정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로 등급분류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보다 신뢰 받는 등급분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