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징벌적 손배 법으로 정한 나라 없어…민주당 강경파의 교활한 성동격서 전략”
최 의원은 국민의힘이 법안 논의에 있어 태업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에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항 하나하나를 따져서 쉼표냐, 마침표냐, 그리고냐 또는이냐를 두고 꼼꼼히 토론했다”며 “법안 발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대안을 안 줬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정치적 공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 의원은 “쟁점 법안을 놓고 관련 단체 논의를 모으고, 다양한 법안 분석, 판례 분석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에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을 두고 “만약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에게 넘어왔다면 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가 다시 진행됐을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고 민주당이 무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정치·경제 권력자가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선 “고위공직자가 현직에서 물러난 뒤 현직에 있을 때의 사건으로 5배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무지막지한 협박 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며 “지금 윤미향 의원은 가족 이름으로 여러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악용되고 회피될 사례는 많다”고 했다.
최 의원은 “조국 사건 보도, 윤미향 사건 보도를 보면서 권력 말, 임기 말에 언론 보도가 굉장히 위험하다라는 걸 정부 여당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을 통제할 방법을 누군가 대단히 교활하게 짠 거라고 보고 있다. 핑계는 국민들의 가짜뉴스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진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성동격서 전략을 쓴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취지에 동의하나.
“언론의 손해배상 금액이 적은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해야 언론이 정신 차린다는 것이 이 법의 논리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진짜 언론을 겁주고, 비판 보도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진짜 뉴스를 막는 법이다.”
―왜 그런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에도 확인했지만 해당 입법 예가 없다고 답을 받았다. 민주당에선 미국에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이 있다고 하지만 일부 주에만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주와 비교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가장 크고 진보적인 주인 매사추세츠주와 뉴햄프셔주에선 언론에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의 독소조항 뭐라고 보나.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허위 사실을 사실로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게 미국의 판례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현실적 악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언론사가 현실적 악의가 있다는 걸 입증할 책임은 고위공직자에게 있다. 물론 일반 국민에겐 그 정도의 입증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와 일반 국민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 고위공직자에겐 법원이 입증 책임을 묻느냐면, 민주주의는 권력자에 대한 무한 검증의 자유를 언론과 국민에게 주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야 권력자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입증 책임을 슬쩍 언론사에게 전환하는 문제가 있다. 30조2의 2항은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해당하는 조건을 열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실적 악의가 없었더라도 조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면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즉, 현실적 악의를 가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해뒀다. 이 법은 현재 판례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법인 셈이다.”
―예를 하나 들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이나 일러스트 등을 썼을 경우도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해당한다. 최근 한 언론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으로 보이는 일러스트를 썼다고 논란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보면 그게 누군지 모른다. 조국 가족은 알아본다. 앞으론 그것까지 언론의 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로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민변에서도 나온다.”
―30조의2 2항이 언론을 보호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의견도 있다.
“거짓말이다. 이 조항은 입증 책임을 혼란케 하고 재판부의 판단을 혼란케 할 수 있다. 현재 고위공직자가 언론 상대로 소를 제기했을 때 65.9%가 패소한다. 이 법은 고위공직자, 권력 비선 등이 이길 수도 있도록 해뒀다. 물론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위협, 위축 효과를 가져온다. 권력 비리에 대한 보도를 막는 효율적인 봉쇄전략으로 쓰일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민주당은 정치·경제 권력자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민주당의 눈가림이다. 고위공직자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 현직에 있을 때의 사건으로 5배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무지막지한 협박 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 지금 윤미향 의원은 가족 이름으로 여러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렇게 악용되고 회피될 사례는 무지막지하게 많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한 차례 있었던 500명 단위의 여론조사에서 53% 찬성이 나왔다. 민주당은 그것을 근거로 국민들이 언론중재법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입법을 500명 단위 한 차례 설문조사로 할 수 있나. 또 해당 설문조사를 보면 질문이 ‘가짜뉴스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징벌적 손배를 도입해서 가짜뉴스를 막으려고 합니다. 찬성하십니까’는 식이었다. 찬성 안 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나쁜 것은 막아야 한다는 항진 명제를 제시한 것이다.”
―언론에 의한 피해가 생겨나고,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언론이 잘못하는 것도 있고, 실수도 있다. 부주의도 있다. 더러는 너 ‘한번 당해봐라’는 악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언론은 언론 중재 제도를 거쳐 형사 고발이라든가, 손해배상으로 충분히 경계할 수가 있다. 더 중요한 건 국민에게 언론 중재 제도를 알리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언론 중재 위원 수를 늘렸다. 언론 중재 신청의 방법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매체가 워낙 많다 보니 내 명예가 훼손당한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언론 중재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언론 중재에 따라 신속한 조치와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법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그것 또한 너무 일방적인 이야기고 거짓말이다. ‘정청래 법안’이 발의됐을 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은 오히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우리가 논의를 하지 않고 다른 법안을 논의했던 것이다. 속기록에 다 있다. 그래놓고 말을 바꾸고 있다. 7월 들어 민주당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상한선 3배였던 것을 5배로 늘리고, 입증 전환 책임 내용도 들어갔다. 핵심 법안 내용이 바뀌었다. 그런 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항 하나하나를 따져서 쉼표냐, 마침표냐, 그리고냐 또는이냐를 두고 토론했다. 민주당은 소위에서 귀를 닫고 있었다는 것인가 묻고 싶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대안 법안 발의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는다.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인원을 늘리고, 중재 청구 기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신청방법을 간소화하는 등의 중재 제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내용엔 동의했다. 이 부분을 빨리 통과하고 나머지 쟁점 법안과 관련해선 관련 단체의 논의를 모으고, 다양한 법안 분석, 판례 분석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대안이라는 게 새로운 법안을 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 원안에 대해 수차례 토론하고 무한정의 시간을 갖고 축조 심의하면 된다. 그걸 갖고선 대안을 안 줬다고 하는 건 정치적 공방이다. 대단히 무책임하고 악의적이다.”
―민주당이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 전에 강행하려는 이유를 뭐라고 판단하나.
“국회법에 따르면 쟁점 법안의 경우 안건조정위원회에서 90일 동안 숙의하도록 돼 있다. 총 6명, 제1 교섭단체 정당 몫이 3명, 제1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 몫이 3명인데, 안건조정위원회 위원 임명 권한이 상임위 위원장에게 있다. 물론 위원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도종환 위원장은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제1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 몫 3명에 포함시켰다. 그러니까 4 대 2로 만들었다. 안건조정위원회 임시 위원장을 맡은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이건 아니다 싶어 안건조정위원회를 정회한 사이에 4명의 의원이 결의해서 끝냈다. 만약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에게 넘어왔다면 국회법에 따라 다시 진행됐을 것이다. 이를 막으려고 무리한 것이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검수완박 이후의 언자완박(언론자유완전박탈)이다. 조국 사건 보도, 윤미향 사건 보도를 보면서 권력 말, 임기 말에 언론 보도가 굉장히 위험하다라는 걸 본인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걸 통제할 방법을 누군가 대단히 교활하게 짠 거라고 보고 있다. 핑계는 국민들의 가짜뉴스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진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성동격서 전략을 쓴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친문 핵심 지지자들이 총동원된 것이다. 민주당 내 다수가 아니라 일부 강경파, 조국 옹호파, 윤미향 옹호파가 이걸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그 사람들이 액셀을 세게 밟은 거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