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돌싱포맨’·JTBC ‘내가 키운다’·MBN ‘돌싱글즈’ 잇따라 편성돼 달라진 시대상 반영
#아픔도 웃음으로 '어둡지 않게'
최근 돌싱을 소재로 삼은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과 종합편성채널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MBN ‘돌싱글즈’ 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앞서 두 프로그램이 돌싱 연예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다시금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서는 비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징은 ‘어둡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혼을 터부시하고, 이혼 가정을 딱하게 바라보던 전통적인 관점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의 경우, 이혼을 마치 죄악처럼 여기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일 뿐임에도 ‘이혼 연예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연예 활동이 어렵던 시절도 있었다.
결혼 생활에 실패한 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이혼 후에도 각기 다른 삶을 영위하는 네 남자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이 웃음 포인트다. 평소에도 익살스러운 탁재훈은 아픔 개인사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상민은 비교적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혼 상황을 진단하고, 임원희는 무언가 부족한 짠한 이혼남의 표상과 같다.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SBS 간판 예능인 ‘미운우리새끼’의 스핀오프다. 혼자 사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삼던 이 프로그램에 ‘돌싱’이라는 새로운 설정을 던져 넣으면서 네 남자의 이야기로 추려졌다.
탁재훈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제작발표회에서 “저희가 이미 ‘미운우리새끼’에서 포장이 돼 넘어왔기 때문에 나름 캐릭터가 다 잡혀있다. 그래서 설레고 그런 건 없지만 너무 편하다. 그러다 보니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를 솔직히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집에서 하니까, 신발을 벗었다는 게 정말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에서 토크가 이어지니까 저도 제 본심, 꾸며내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는 배우 조윤희, 김현숙과 방송인 김나영 등 돌싱 여성 연예인들이 주축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상황이 더해진다. 이들 모두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사회적으로 싱글맘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카메라에 담긴 이들의 삶은 적잖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8월 27일 방송 분량에서 조윤희는 아이와 함께 블루베리 농장 체험을 하고, 김나영은 두 아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김현숙은 오랜 기간 생활했던 제주도로 내려가 친하게 지내던 이웃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삶이지만 ‘아빠’라는 퍼즐 조각이 빠진 상황을 감내하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엄마들의 노력이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차별화 포인트다.
비 연예인을 중심에 세운 ‘돌싱글즈’의 경우 앞선 두 프로그램에 비해 리얼리티 성격이 더 강하다. 설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진솔하게 속내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담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혼 가정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동안 외면하고 살아온 경향이 짙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이혼 가정 역시 또 다른 가정의 형태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파격으로 시대 변화 이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관찰 예능’은 단계를 밟아왔다. 혼자 사는 미혼 남녀가 등장하는 ‘1인 가족’이 시작이었다면, 부부 예능, 육아 예능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파격이었다. 이혼한 부부가 잠시나마 다시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속내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
요즘 인기를 끄는 돌싱 예능 역시 그 하나의 갈래라 볼 수 있다. 이혼 가정이 늘어가고 이를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혼은 더 이상 흠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다. 특히 항상 이미지를 걱정하는 연예인조차 이혼을 전면에 내세우며 오히려 이혼을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조윤희는 딸과 블루베리를 딴 후, 생일을 맞은 남편을 위해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할리우드 부부 같다”고 놀라움을 표했지만, ‘전 남편’이기 전에 ‘내 딸의 아빠’이기에 이혼 후에도 그들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임을 넌지시 알린다.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의 초대 손님으로 나온 배우 정찬은 두 딸을 홀로 키운 싱글파파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가족 소개를 한다. 딸들이 아빠와 사는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이미 이혼에 대해 알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방송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시대의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최근 돌싱을 다룬 예능이 많아지는 것은 두 가지 작용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이혼 가정 역시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정의 형태라는 것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긍정적 작용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