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벤젠 등 검출됐지만 인체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예견 어려워”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소비자 강 아무개 씨 등 780명이 주식회사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앞서 지난 2017년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에 의뢰해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결과’가 알려지면서 불이 붙었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종의 생리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에 등록된 발암성 물질과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생식독성·피부자극성 물질 등 22종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깨끗한나라는 한국소비자원 등에 안전성 검사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같은 해 8월에는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후 소비자들은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었다.
소비자들은 릴리안 생리대 등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이 가임기 여성의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위법행위와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5329명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 2차례에 걸쳐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릴리안 생리대 등 일부 제품에서 벤젠, 톨루엔 등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성분이 검출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성분들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릴리안 측에서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난해 9월 24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이를 전제로 릴리안 생리대 등에 함유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로 인한 위험에 관해 깨끗한나라에게 설명 및 고지 의무가 있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 판단에 불복한 원고 780명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인용해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뉴스1에 따르면 깨끗한나라 측은 “강원대학교나 여성환경연대의 시험은 기본적으로 유해성 평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2018년 3월 해당 결과를 발표한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