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제 총재대행이 끝내 ‘대행 꼬리표’를 못뗀 채 JP와 결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12월6일 JP에게 대 행 취임 인사하는 IJ. | ||
특히 자민련의 최대 이벤트였던 ‘JP 방북’이 사실상 물 건너 가면서 ‘신장개업’을 통한 ‘제2 창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신장개업의 핵심은 당 간판 교체와 외부 인사 영입, 보수·내각제 세력과의 연대 등이다. 이와 관련, 최근 김종필 총재가 이한동(HD) 하나로국민연합 대표와 빈번하게 접촉, ‘이한동 총재론’이 급부상하면서 당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니학급의 원로교사 격인 JP는 그간 ‘수험생’ 중 성적이 뛰어나고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이에게 ‘학급’을 맡겨왔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해 ‘불임정당’이란 수모를 당한 자민련은 대선 직후 제발로 찾아온 이인제 의원(IJ)에게 당을 맡겼다. 그러나 노련한 JP는 전권을 IJ에게 넘기지 않고 ‘(총재)대행’이라는 수험생용 꼬리표를 붙여 그를 시험했다.
JP가 IJ에게 맡긴 핵심과제는 ▲교섭단체 구성 ▲당의 활성화 ▲재정난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IJ는 JP로부터 거의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는 게 자민련 당직자들의 평이다. 3개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행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부정행위’ 의혹까지 받고 있어 JP뿐만 아니라 당마저 IJ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후문이다. 지난 5월19일 오후에 있었던 자민련 의총은 그러한 사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날 의총에서 일부 당직자는 검찰이 월드컵 휘장사업비리 사건과 관련, IJ의 특보인 송종환씨를 구속하고 IJ의 소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당 차원의 항의 성명을 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참석자들은 항의 성명에 반대 입장을 표명, 당에서 IJ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자민련 당원 중 상당수가 충청권에서 ‘IJ 한계론’을 언급하고 있어 IJ는 당 안팎에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그런 IJ에게 JP가 힘을 실어줄 리가 없다. 때문에 자민련 내에서는 ‘시한부 대행론’이 부상하고 있고, 서운함이 쌓인 IJ측에서도 자민련 입당을 후회하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IJ 위기론이 점증하면서 자민련에서는 ‘심대평 대체론’이 급부상했다. 대선 이후 충청권에서 ‘JP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충청권을 대표할 인물로 3기 충남지사인 심대평씨가 적임자로 떠올랐던 것.
심 지사 또한 ‘야망’을 갖고 JP의 시험을 통과하는 데 전력하기도 했다. 올 1월 초 JP가 부산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JP 측근 K씨와 함께 JP를 방문한 것은 그러한 일례. JP 또한 심 지사라면 IJ에게 부과한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게 측근 인사의 설명이다.
▲ 심대평 충남지사 | ||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포스트 JP’로 심 지사가 거론되고, 전당대회에서 심 지사를 총재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면서 JP가 일종의 ‘위기감’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당 쇄신안에 대해 JP가 가타부타 말이 없고 전당대회를 10월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개최하지 않으려는 것도 심 지사로의 ‘총재직 이양’ 목소리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심 지사가 ‘충심회’(忠心會)라는 사조직을 가동, 독자세력화를 꾀한다는 소문도 JP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심 지사가 독자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 L씨와 세 차례나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JP가 대로했다는 후문이다.
▲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표의 자민련 복당론이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2001년 자민련 총재와 명 예총재 시절의 HD와 JP. | ||
자민련 조희욱 의원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 자리에서 JP는 HD의 복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5·9회동에서 JP가 총재직을 전제로 HD의 복당을 요청했고, HD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민련의 한 핵심 당직자는 “만일 HD가 복당한다면 IJ를 대신해 총재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HD가 복당하면 내년 총선서 충청권은 물론 충청표가 많은 중부권에서도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HD의 복당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JP의 한 측근 인사는 “JP는 HD가 과거 어떻게든 재정문제를 해결해 당을 이끌어 가고 총재로 있는 동안 자신(JP)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어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해 HD의 복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5·9회동에 대해 JP측이나 HD측 모두 “자연스런 식사자리였을 뿐 복당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JP의 핵심 측근은 “JP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자민련(JP 포함)의 생존”이라며 “정치권 흐름에 따라 HD나 심 지사의 ‘역할론’이 궤를 달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당내 문제로 분화될 경우 자민련과 연대할 세력이 나올 수 있다”며 “이들과 연대해 보수·내각제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 총선에 나서려는 게 JP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권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JP는 아무런 결론을 내린 게 없다”며 “IJ나 심 지사, HD도 여전히 시험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