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지역보다 5,000배 엄격, 412개 업체 폐쇄될 것 “기준 재조정 해야” / 환경부 3차례 최적방지시설 공모에도 기준 충족 설비 개발 못해
앞선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계획관리지역에 위치한 A사는 2000년부터 구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환경부장관에게 배출시설 신고를 한 후 가동을 했지만 2005년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새로 추가된 특정대기유해물질(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에 대한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후 주민 민원이 발생하자 A사는 2018. 3. 16.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여부 측정을 의뢰하였고, 시료 분석 결과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배출시설 적용기준인 10ng/m³를 초과하여 경기도가 같은 해 8. 30.부터 공장폐쇄 명령을 내렸고, 이에 A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기존에 배출시설에 대한 설치신고를 했더라도 관련 법령이 개정돼 특정대기유해물질이 추가된 경우에는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A사의 배출시설이 계획관리지역에 있고, 이 지역에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을 설치할 수 없기에 경기도의 시설 폐쇄 명령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사는 2000. 12. 14. 이 사건 시설에 관하여 적법하게 신고를 마친 후인 2005. 12. 30.에야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사후적으로 추가되기는 했으나 환경부나 지도 감독기관인 경기도는 물론 업체의 환경기술 업무 관리대행기관 조차 아스콘 제조시설에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발생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무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 ‘대기배출시설 인허가 가이드라인’에서 조차 아스콘 제조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등에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더구나 경기도 역시 그동안 점검을 하면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의 발생을 문제 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검출되었음을 이유로 곧바로 폐쇄명령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또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유예기간을 두거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정대기유해물질이 추가로 지정된 경우에는 그러한 유예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국 540여곳의 아스콘 업체들이 제조공정이나 원재료가 변경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특정대기오염물질이 발생되는 공장으로 분류되어 기존 공장이 변경신고(허가)를 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대기환경보전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서로 상충되어 특정대기유해물질이 기준 이상 발생하는 시설은 계획관리지역 및 생산관리지역에 입지가 불가함이 현재의 법적 규제인 상황으로, 결국 기존 공장이 변경신고(허가)를 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정대기오염물질 배출적용기준이 제정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기준이 엄격하여 공업지역을 제외한 전국 72%에 해당하는 412개의 아스콘 업체가 대기배출시설설치 허가를 득하지 못함은 물론 입지 자체가 불가한 위법사업장이 됐다.
# 원재료에 이미 특정대기유해물질 함유…현재 기술력으론 기준치 맞출 방법 없어
업계에서는 “아스콘 공장은 원료 특성 상 특정대기유해물질이 이미 함유되어 있고, 각 재료를 물리적으로 섞을 뿐 별도의 화학적 처리가 없음에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른 기준 이상의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의 경우 공업지역에 적용하고 있는 배출허용기준에 비하여 5,000배나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현재 기술력으론 도저히 기준치를 맞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격한 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 속에서도 아스콘 업계는 자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된 백필터 및 사이클론 집진기 외에도 경기도 소재 업체 기준 약 175억원의 저감 시설을 투자했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방지 기술만으로는 기준 충족에 한계가 있어 전국 아스콘 공장의 약 72%는 사업장 폐쇄처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적용기준 이내로 저감하고자 연합회를 중심으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대기환경학회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여 3차례에 걸친 최적방지시설 공모전을 시행하였으나, 기준을 모두 충족한 설비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현재의 기술력으론 기준치를 맞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 현재 기준대로라면 전국 아스콘 공장 모두 폐쇄…검사에 자발적으로 순응한 업체만 피해
업계의 이와 같은 자구노력에 비해 관리감독 기관에서는 단속의 명확한 잣대도 없이 민원이 발생한 업체만 단속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특정대기유해물질 적용기준대로라면 전국의 아스콘 공장 모두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감독 기관의 검사에 자발적으로 순응한 업체만 문을 닫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A사의 경우 20억원을 사용해 저감장치를 설치했지만 기준치를 맞추지 못해 폐쇄명령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으로, 계획관리지역에 위치한 A사의 경우 기준치가 10ng/m³인데 반해 공업지역은 50,000ng/m³으로 5,000배 차이가 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부가 2019. 5. 2.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배출허용기준을 공업지역 기준인 0.05mg/m³(50,000ng/m³) 이하로 신설해 A사의 경우 배출허용기준에 부합했지만, 환경부는 ‘배출허용기준’과 ‘설치허가 대상 특정대기 유해물질 배출시설의 적용기준’은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저감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기준을 맞추지 못해 폐쇄조치 되는 업체가 발생하는 등 아스콘은 아스팔트 도로의 필요악으로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공업지역이냐, 계획관리지역이냐’ 하는 공장의 입지만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 반경 30~40km 이내에 위치하여야 하는 아스콘 사업장의 특수성과 국가 기간산업의 필수 공공재임을 고려하여 입지 조건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데 공업지역인 인천시 검단산업단지 내에 11개 아스콘 공장의 경우 국토계획법 및 대기환경보전법에 저촉사항이 없으나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반면, 계획관리지역에 있는 아스콘 공장은 도심 외곽에 위치에 있어 민원 발생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반제품의 특성상 도심주변에 입지하게 된 다수의 아스콘 사업장의 경우 그 실익과 주민의 피해 정도를 비교하여 사회적 합의 또는 공장 이전방안 마련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신뢰원칙에 반한다”면서 “‘환경인허가 가이드라인’ 적용 이전의 아스콘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업지역과 동일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여 배출시설의 설치 허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식당 고깃집·평상시 대기상태에서도 기준치 초과…비현실적 기준 재조정해야
더 큰 문제는 국내를 비롯하여 해외에서조차 현재의 기술로는 특정대기오염물질 허용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동네 갈비집 식당에서도 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온다”면서 “일반 식당 고깃집에서도 맞출 수 없는 기준치를 들이대면서 아스콘 공장에게 이 가혹한 조건을 맞추라니 그냥 공장문을 닫으라는 소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유사가 제공한 배출기준치를 넘는 원재료로 아스콘 제조업체가 환경부의 기준치를 맞춘다는 것부터가 난센스”라면서 “오염물질 원재료를 납품하는 대기업 정유사는 문제의 본질에서 빠진 채 이를 납품받아 재가공하는 아스콘 업계가 모든 화살을 다 맞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상시 대기상태에서도 측정되는 수준의 대기오염물질 상태 이하로 맞춰야 하는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규제를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A사의 경우처럼 방지시설의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모든 노력을 총동원해도 당장 감당해낼 수 없는 수준의 비현실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재조정과 시행 유예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한국대기환경학회 논문에 따르면 HAPs 배출농도는 이륜차량에서 (14.86ng/m³), 도시지역 일반 대기 상태에서 측정할 시에 종로(19.5ng/m³), 용인(14.1ng/m³)로 공장지대가 아닌 일반적인 도시의 평상시 대기상태에서도 기준치(10ng/㎥) 이상이 집계되고 있다.
결국, 평상시 대기상태에서도 측정되는 수준의 대기오염물질 이하로 아스콘 업체가 맞추어야 하는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규제를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