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짱 그리워” 추모객 인산인해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앞둔 17일 봉하마을은 평일인데도 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갔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마을 입구부터 걸려있는 노란 현수막에는 다양한 2주기 추모행사와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문구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방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뿐 아니라 그가 고시공부를 했던 ‘마옥당’과 뱀산, 화포천과 둠벙, 49재를 올렸던 정토원, 생태연못 등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대통령을 회상했다.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 찬 전시장에는 넥타이와 시계 같은 유품뿐 아니라 미공개 사진들이 추가로 진열되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각기 1장씩 가져갈 수 있는 대통령 사진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2주기를 앞둔 봉하마을의 화두는 ‘바보 노무현’이었다. 사람들은 옥죄어오는 사정칼날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그를 ‘바보’라 칭하며 그리움을 토해냈다. 일부는 더러운 정치판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꿨던 그의 순진함을 원망했다.
하지만 봉하마을을 찾은 이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것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지 2년이 된 지금도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남은 의혹들과 그의 사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자존심’ 때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건네진 더러운 돈의 실체를 알고 있었는지는 미스터리지만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가족과 측근들의 비리는 도덕성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에게는 더없이 치욕스러웠을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아방궁’으로 지칭됐던 그의 사저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가 버려졌다는 논두렁 일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올해도 목격됐다. “깨끗하고 도덕적인 척했지만 그 역시 검은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의견과 “정치판에 어울리지 않았던 바보”라는 의견이 상충되기도 했다.
전직 국가원수의 자존심을 처절히 짓밟은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권교체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왔다. 특히 내년 대선 때는 ‘죽은 노무현’이 선거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정치인’이 아닌 ‘인간 노무현’에 애착을 보이는 듯했다.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지양하고 한때 파격과 소신으로 정치판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줬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잘잘못을 떠나 그가 수많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집결시킬 만큼 매력 있는 인물이었음은 확실한 듯했다.
김해=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