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회사가 수억 투자해 수천억 매출…이 지사 “이익 배분 모르는 일”, 또 공수처로?
이재명 지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9월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5000억 원의 이익을 성남시민들의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측에서는 해당 이슈를 문제 삼고 있다. 공수처 수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모범적 사업” 주장에 선정 과정이 ‘이례적’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91만여㎡ 부지에 5903가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민간개발로 진행됐으나 개발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해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구속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성남시는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2010년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뒤 공영사업으로 바꿨다.
시행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 사업자가 절반씩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2015년 7월 설립했는데, ‘성남의뜰’에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지분 14.28%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해당 회사의 지분 100%는 한 언론사 소속 기자로 법조계를 오래 출입한 A 씨가 보유하고 있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관련, 민간 사업자 공모를 낸 시기였던 2015년 2월 설립한 화천대유는 2017년도 매출액이 18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6970억 원으로 급증한다. 직원 16명인 작은 회사가 대박을 친 셈이다. 이 사이 A 씨는 3년 동안 57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부동산 개발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통상 시 등에서 이뤄지는 개발의 경우, 그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했던 개발사나 시행사가 정보나 소통 측면에서 유리한 게 있기 때문에 하던 곳이 참여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렇게 급히 만들어진 회사가 작은 투자금액으로 참여했다는 면에서 특혜 논란이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혹이 확산되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나섰다. 이 지사는 9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은 국민의힘 소속 전직 국회의원 신 아무개 씨가 추진하던 민간개발 사업을 공영개발로 바꿔 성남시민의 이익을 보장한 사업”이라며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향해서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징벌 대상”이라며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성남시가 환수했는데 보수 언론이 칭찬은 못할망정 근거 없는 네거티브와 허위사실 유포를 자행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대선과 당내 경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실제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환수한 이익은 배당금 1800여 억 원과 현물 등을 포함해 5500억 원 수준이다. 현직 기자였던 A 씨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가 어떻게 성남시에서 주도하는 개발 사업에 투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 지사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지사는 화천대유에 대해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참여자들이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신설한 자산관리회사로,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 가운데 성남시가 환수하고 남은 잔여이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에 대해서도 “인터뷰 이후로 만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의혹의 본질은 사업 자체가 아니라, 그 사업에서 받은 수익 중 일부가 왜 현직 기자였던 이에게 갔느냐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치권 ‘이슈 쟁점화’ 시도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고자 하는 다른 유력 대선 후보들은 이를 계속 문제 삼고 있다. 윤석열 캠프 측은 논평을 내고 “A 씨는 사업자 공모 7개월 전인 2014년 7월 기자 신분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공모 7개월 전 이뤄진 시장과의 인터뷰가 사업자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 지사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언론이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캠프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지사와 화천대유 소유주와의 관계, 특혜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법조계는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고발장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언론에 나온 정도밖에 모른다’고 전제한 뒤 “보통 이런 개발 과정에서의 특혜, 또 그에 대한 대가성 뇌물까지 고려한 수사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사건 진행 과정에 대한 내부 제보 등이 없으면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어설프게 사건을 수사했다가는 대선에 영향을 주고자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로 어디까지 입증이 가능한지, 확실하게 출구 전략을 세우고 임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