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 한 목소리…20대 국회선 찬반 팽팽 관련법 처리 무산, 개정·폐지 쉽지 않아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4만여 명이나 된다. 8월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에 따르면 총 3만 9694명의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절도(2만 1198건)가 가장 많았으며 폭력(8984건), 강간·추행(1914건), 방화(204건), 기타(7344건) 순이었다. 심지어 2020년에는 살인사건도 8건이나 된다.
이런 흐름에 대해 8월 31일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을 개정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현실화하겠다. 또 소년법을 폐지하고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보호소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소년법’ 대신 ‘보호소년법’을 만들어 8세 이상 12세 미만을 소년보호사건 대상 연령을 정해 회복적 사법 절차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8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형법 9조 규정(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에 예외를 둬 만 10세 이상은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간 안을 제안했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으며, 성인 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그 이유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촉법소년 관련 얘기가 이어지게 된 계기는 8월 25일 여주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 4명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요구하며 폭행한 ‘노인 담배 셔틀 사건’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라고 언급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미 6월에 관련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진한 바 있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어리다고 방치해 둘 순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형사 미성년, 일명 촉법소년의 중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형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하며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용서해야 하는 범위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피해자 대부분 역시 또래의 소년이며, 범죄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한다. 이제 촉법소년 범죄도 강경을 따져 볼 때”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도 대부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았을지라도 과거 관련 발언을 했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국회에서 소년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시절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국무총리 재임 시절인 2019년 10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3세부터 범죄가 급증하지만, 현행 소년법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 6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었다.
사형제도를 두고는 유지와 폐지, 집행 재개 여부 등을 두고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서로 다른 데 반해 촉법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됐지만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회기 내에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것. 국회에서 찬반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는 까닭은 처벌 강화 주장과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교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21대 국회에서도, 차기 정부에서도 그렇게 쉽게 처리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은 난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