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특별법이 아니라 죽으라는 법”
▲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전국한터연합 회원들이 생존권 보장과 관련 집회를 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3월 중순 영등포 경찰서에서 ‘영등포 집결지(집창촌) 폐쇄 방침’을 발표한 뒤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이 집창촌 철거에 반대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올해만 벌써 네 번째 거리로 나왔다. 성매매특별법은 2002년 전북 군산 개복동의 집창촌 화재 참사를 계기로 피해여성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이 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다시 거리로 나선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폐쇄를 반대하고 있는 속사정을 들어봤다.
기자는 집회 다음 날인 5월 5일 서울 영등포역 부근의 집창촌을 찾았다. ‘전국 성매매 여성 종사자모임’의 대표인 A 씨(여·37)와 그녀의 동료 B 씨(여·39)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들은 트레이닝 복 차림에 얼굴을 반쯤 가린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다. 우선 A 씨가 쓰고 온 선글라스가 눈에 띄었다. 이번 집회 때 성매매 여성들이 명품 선글라스에 명품 가방을 들고 온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누리꾼들은 ‘생계 목적이라며 명품만 걸치고 왔네’ 라며 그녀들을 비난했다.
‘이게 그 명품 선글라스인가요?’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그녀는 웃으며 이게 명품인지 확인해보라며 기자에게 선글라스를 건넸다. 기자는 명품엔 문외한이었지만 딱 보기에도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조잡한 것이 일명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이었다. A 씨는 “누군가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의 선글라스와 가방 사진만 찍어 ‘명품 착용한 성매매 여성들’이라고 온라인에 공개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B 씨는 “일반 사람들은 짝퉁 가지고 다녀도 별소리 안 나오는데 왜 우리가 하니까 안 좋은 소리가 나오느냐”며 “우리도 여잔데 왜 명품 안사고 싶겠냐. 단지 명품은 비싸서 못 사고 짝퉁이라도 사서 대리만족하는 일반 여성들과 똑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영등포 집창촌에 온 지 7년 정도 됐다는 A 씨는 사람들의 또 다른 편견의 하나로 성매매 업소 주인들과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의 관계 부분을 얘기했다. 그녀는 “과거 쌍팔년도 적 생각으로 여성 종사자들이 아직도 포주에게 빚을 지고 억압에 못이겨 성매매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업주와 여성 종사자들을 동업관계로까지 표현했다. 수익 배분에서도 6:4의 비율로 여성 종사자가 더 가져간다고 했다. 과거와 또 다른 점은 과거엔 방세 및 각종 생활비 명목으로 떼어가는 돈만 기본 2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이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집창촌 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이들의 법적 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반대로 성매매특별법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 이후 일부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빌미로 한 선불금은 무효화되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일명 ‘탕치기’ ‘만세’라 불리는 것으로 외부 단체와 짠 여성들이 선불금을 받고 며칠 일하고 ‘쉼터’로 도망가는 수법이었다. 이로 인해 몇 억씩 빚을 지는 업주가 생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자신의 과거 얘기도 들려줬다. 경기도 출신인 그녀는 대학 문턱에도 갔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업이 기울면서 학업을 포기하고 이 바닥으로 흘러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업실패 후 부모님은 이혼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수술만 6번을 받았다고 전했다.
맏딸이었던 A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을 시작했는데 일반 직장 생활로는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창촌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집창촌의 모든 여성들이 자신처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성매매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솔직한 고백도 했다. “개중에는 정신 못 차리는 여성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일하는 여성 10명 중 7명은 나처럼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남편과 이혼하고 애를 키우는 애 엄마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이 또다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번 집회의 도화선이 된 경찰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방침’ 때문이었다.
지난 3월 18일 영등포경찰서는 “관내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구청, 소방서, 한전 등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건물주 입건 등을 통해 영업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녀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경찰은 일반인들이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유해업소가 방해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주민들의 민원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경찰이 왜 갑자기 이제 와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집창촌이 유해업소로 방해가 됐다면 백화점과 쇼핑몰이 들어서기 전인 1~2년 전에 폐쇄했어야지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들이 가장 불만인 부분은 너무 짧은 기간에 갑자기 한마디 통보만 하고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는 점이었다. 영등포 집창촌은 방침이 발표된 후 경찰 단속으로 4월 한 달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영등포 성매매 여성 종사자 100명 중 절반이 집창촌을 떠났다고 한다. 당장 생계가 절박한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유사 성행위 업소로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던 ‘풍선효과’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풍선효과는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성매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말한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경찰단속 못지 않게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의 ‘집창촌 폐쇄 방침’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온 지역 국회의원이 같은 지역민인 자신들의 얘기는 들어주지 않은 채 내년 선거에서 지역민들에게서 표를 얻기 위해 자신들을 몰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집창촌이 폐쇄될 경우 이주 대책에 대해 물었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서울 대부분의 집창촌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지역개발 내지는 유해지역으로 지정돼 언젠가는 결국 폐쇄될 것이란 현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A 씨는 “우리는 지역 개발을 막을 생각도 없고 보상금과는 상관 없다”며 “집창촌이 폐쇄되면 해외로 나가려고 준비를 다 마쳤다”고 말했다. 기자가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해외에 나가 성매매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그런 여성들이 많다”고 답했다. ‘해외에 나가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곳이 폐쇄되면 다른 지역의 집창촌으로 이주해야 할 텐데 어차피 그곳도 언젠가는 단속으로 폐쇄될 테고 오피스텔 성매매 같은 유사 성행위 업소로 가는 수밖에 없다. 주변에 유사 성행위 업소로 갔다가 위험한 일을 당한 동료들이 많다. 차라리 그럴 바에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나 여성단체에서 제공하는 탈 성매매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A 씨는 “실속 없는 보여주기식 대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여성단체를 통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온 동료들은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고 전했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여성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 달에 40만 원을 주고 교육을 시키는데 그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취업이 되더라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병원비나 생활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 씨는 “그곳에 갔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정도면 오죽했겠느냐. 그렇다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A 씨는 몸 팔아 쉽게 돈 벌려한다는 세상의 편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남들은 우리들이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몸을 팔아 돈을 번다고 욕을 하지만 그렇게 쉬워 보이면 본인들이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나를 죽은 목숨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
서울 시내 집창촌 현주소
더 음지로 음지로… “합법 아닌 규제화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되는 2011년 현재 서울시내 주요 집창촌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2004년 법 시행 후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현재 서울 시내의 많은 성매매 업소는 문을 닫았다. 한터전국연합회 측의 통계에 따르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의 업소가 문을 닫은 지역도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찾은 용산에서는 300여m 되는 집창촌 골목에서 단 3곳의 업소만이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C 씨(여·29)는 “보상절차가 끝나 많은 업소들이 문을 닫은 요즘은 손님들이 아예 찾질 않는다”며 용산 집창촌의 실태를 전했다.
경찰은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단속에 의한 성과로 자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전해들은 집창촌 업주들의 말은 달랐다. 청량리에서 만난 한 업주는 “지금 청량리는 250여 개 업소 중 80% 정도의 업소가 문을 닫고 60여 곳만 문을 열고 있다. 아가씨는 절반 이상이 빠져 나갔다”며 “이들이 다 어디로 갔겠느냐. 다 유사 성행위 업소로 빠져 나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내 집창촌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적발되는 성매매 업주 및 여성들과 성 매수자 숫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찰 당국의 말처럼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성매매가 근절되고 있다면 그 숫자가 줄어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터 측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법이 성매매는 근절시키지 못하고 음지로 계속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터는 이런 성매매특별법의 허와 실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식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7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현준 한터 대표는 성매매특별법 개정과 더불어 자신들이 생각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레드존 구역 지정’을 요구했다. 사실상 성매매 합법화가 어렵다는 것은 자신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규제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일대 등 일정 지역에 성매매특별구역(레드존)을 설정해 규제와 감시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레드존 안에 여성단체가 상주해 탈 성매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재활을 돕는 것도 보완책으로 제안했다. 즉 음지로 자신들을 내몰지 말고 특정구역을 설정해 영업을 하게 하고 시간을 두고 성매매 여성들의 탈 성매매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또 업주들이 이익금의 10%를 적립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퇴직금으로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성매매로 얻은 소득 중 일부를 성매매 여성들에게 지급해 업주와 성매매 여성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다는 주장이다. 이 자금의 운영은 여성단체에 맡기고 대신 자신들은 감시 역할을 맡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더 음지로 음지로… “합법 아닌 규제화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되는 2011년 현재 서울시내 주요 집창촌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2004년 법 시행 후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현재 서울 시내의 많은 성매매 업소는 문을 닫았다. 한터전국연합회 측의 통계에 따르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의 업소가 문을 닫은 지역도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찾은 용산에서는 300여m 되는 집창촌 골목에서 단 3곳의 업소만이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C 씨(여·29)는 “보상절차가 끝나 많은 업소들이 문을 닫은 요즘은 손님들이 아예 찾질 않는다”며 용산 집창촌의 실태를 전했다.
경찰은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단속에 의한 성과로 자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전해들은 집창촌 업주들의 말은 달랐다. 청량리에서 만난 한 업주는 “지금 청량리는 250여 개 업소 중 80% 정도의 업소가 문을 닫고 60여 곳만 문을 열고 있다. 아가씨는 절반 이상이 빠져 나갔다”며 “이들이 다 어디로 갔겠느냐. 다 유사 성행위 업소로 빠져 나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내 집창촌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적발되는 성매매 업주 및 여성들과 성 매수자 숫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찰 당국의 말처럼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성매매가 근절되고 있다면 그 숫자가 줄어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터 측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법이 성매매는 근절시키지 못하고 음지로 계속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터는 이런 성매매특별법의 허와 실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식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7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현준 한터 대표는 성매매특별법 개정과 더불어 자신들이 생각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레드존 구역 지정’을 요구했다. 사실상 성매매 합법화가 어렵다는 것은 자신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규제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일대 등 일정 지역에 성매매특별구역(레드존)을 설정해 규제와 감시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레드존 안에 여성단체가 상주해 탈 성매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재활을 돕는 것도 보완책으로 제안했다. 즉 음지로 자신들을 내몰지 말고 특정구역을 설정해 영업을 하게 하고 시간을 두고 성매매 여성들의 탈 성매매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또 업주들이 이익금의 10%를 적립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퇴직금으로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성매매로 얻은 소득 중 일부를 성매매 여성들에게 지급해 업주와 성매매 여성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다는 주장이다. 이 자금의 운영은 여성단체에 맡기고 대신 자신들은 감시 역할을 맡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